한국사에는 천 년 넘게 반복되는 패턴이 하나 있습니다. 태어난 자리에서 길이 막힌 사람이 밖으로 나갑니다. 나라가 망했거나, 신분이 막았거나, 끌려갔거나. 밖에서는 정상까지 오릅니다. 그런데 그 사회의 완전한 내부인은 끝내 되지 못하고, 고국은 고국대로 그들을 어떻게 기억할지 몰라 오래 잊습니다.
이 지도는 그 패턴을 한 화면에 겹쳐 놓은 것입니다. 7세기 백제의 흑치상지에서 20세기 도쿄의 최배달까지 서른한 사람의 길을, 태어난 곳에서 죽은 곳까지 선으로 그렸습니다. 아래 연표를 끌면 그 해에 살아 있던 사람의 길이 그 해까지 뻗어 나가고, 죽은 이의 길은 지워지지 않고 흐리게 남습니다. 재생 버튼을 누르면 천 년이 흐릅니다. 길들이 뻗었다가 흐려지고, 다음 길이 그 위에 겹치고, 1995년에 이르면 지도 위에 서른한 개의 길이 쌓여 있습니다. 서쪽으로는 탈라스와 티베트, 북쪽으로는 시베리아, 남쪽으로는 베트남과 필리핀, 동쪽으로는 미국까지.
길의 색은 경계를 넘은 방식입니다. 칼과 혁명, 붓과 학문, 바다, 흙과 터, 구도, 궁정, 무대. 같은 색을 따라가면 최치원과 강항과 서재필이 천 년에 걸쳐 같은 길을 걷는 것이 보이고, 흑치상지와 고선지와 김경천이 자기 편의 손에 죽는 자리가 겹치는 것이 보입니다. 오른쪽 목록에서 사람을 누르면 그 길만 진하게 남고, 자료실의 글로 이어집니다. 서른한 편의 글은 자료실 「경계를 넘은 사람들」 시리즈에 있습니다.
연표를 끌어 해를 고르거나, 재생을 눌러 천 년을 흘려보내거나, 오른쪽 목록에서 사람을 골라 그 길을 따라가 보세요. 방향(나간 사람·들어온 사람·끌려간 사람·떠밀려 간 사람)으로 거를 수도 있습니다. 좌표는 오늘날 지명 기준의 근사값이고, 출생지나 사망지가 사료에 없는 경우는 가장 이른 또는 늦은 확실한 지점으로 대신했습니다.
1부 — 당 제국의 무대
흑치상지백제 → 당 · 백제 부흥군의 맹장에서 당의 명장으로. 토번·돌궐 전선을 지키고 모함으로 옥사.
왕모중고구려 유민 → 당 · 노비에서 현종의 금군 사령관까지. 두 번의 정변으로 올라 오만으로 떨어졌다.
고약광고구려 → 일본 · 돌아갈 나라를 잃은 사신. 고구려 유민 1,799명을 모아 고마군을 세우고 신이 됐다.
김교각신라 → 당 · 신라 왕자였다는 승려. 구화산에서 75년을 수행하고 중국의 지장보살이 됐다.
혜초신라 → 당·인도 · 걸어서 인도까지 다녀온 순례자. 왕오천축국전을 남기고 끝내 신라로 돌아가지 않았다.
고선지고구려 유민 → 당·중앙아시아 · 파미르를 넘은 고구려 유민의 아들. 실크로드를 지배하고 자기 진영의 처형대에서 죽었다.
이정기고구려 유민 → 당 산둥 · 산둥에 사실상의 왕국을 세운 고구려 유민. 4대 55년, 이름은 두 역사 어디에도 없다.
장보고신라 → 당·신라·일본 · 섬 출신 청년이 동아시아의 바다를 쥐었다. 뭍에서는 골품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최치원신라 → 당 · 6두품 천재가 당에서 이름을 얻고 신라에서 막혔다. 두 나라 모두에서 이방인.
2부 — 원 제국의 무대
조인규고려 → 고려·원 · 몽골어 하나로 재상까지 올라 딸을 왕비로 들였다. 그 말 때문에 압송되고 유배됐다.
충선왕고려 → 원 · 고려 왕이자 쿠빌라이의 외손자. 대도에서 고려를 원격 통치하고 티베트로 유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