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초 — 걸어서 인도까지, 돌아오지 않은 순례자

727 · 둔황 막고굴 (왕오천축국전 발견지)

이 시리즈의 다른 인물들이 칼과 붓으로 경계를 넘었다면, 이 사람은 발로 넘었다. 그것도 편도로.

혜초는 신라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당으로 건너간 승려다. 광저우에서 인도 출신 고승 금강지를 만나 밀교를 배웠는데, 스승의 나라를 직접 보고 싶다는 열망이 그를 배에 태웠다. 스무 살 무렵, 그는 바닷길로 인도를 향해 떠난다.

그리고 4년을 걸었다. 인도의 다섯 지역을 돌고, 페르시아와 아랍의 소식이 들리는 서쪽 끝까지 갔다가, 파미르 고원을 넘어 중앙아시아를 거쳐 당의 안서도호부 구자(쿠차)로 돌아왔다. 훗날 고선지가 군대를 이끌고 넘게 되는 바로 그 파미르를, 혜초는 그보다 이십 년 앞서 지팡이 하나로 넘은 것이다.

그가 남긴 여행기가 왕오천축국전이다. 다섯 천축국, 그러니까 인도를 다녀온 기록이라는 뜻이다. 이 책은 놀랍도록 실용적이다. 어느 나라는 무엇을 먹고, 어떤 옷을 입고, 왕은 코끼리를 몇 마리 가졌고, 불교가 성한지 쇠했는지 — 8세기 인도와 중앙아시아의 생활상을 담은, 세계에 몇 없는 동시대 기록이다. 길에서 지은 시도 다섯 수 실려 있는데, 그중에는 고향 계림(신라)을 그리워하는 시가 있다. 달 밝은 밤에 고향 길을 바라보니, 뜬구름만 너울너울 돌아가는구나.

그러나 그는 구름을 따라가지 않았다. 당으로 돌아온 혜초는 신라로 귀국하지 않고 장안에 남아 밀교 경전 번역에 일생을 바쳤다. 스승 금강지와, 그 뒤를 이은 불공 — 당대 최고의 밀교 승려들 곁에서 그는 핵심 제자로 늙어 갔고, 여든 넘어 오대산의 절에서 입적했다. 끝내 고향 땅을 다시 밟지 않은 것이다.

그의 이름은 그 후 천 년 넘게 잊혔다. 왕오천축국전이라는 책 제목만 목록에 남아 있을 뿐, 책도 사람도 사라진 상태였다. 그러다 1908년, 프랑스 학자 펠리오가 둔황 막고굴의 밀실에서 두루마리 하나를 사들였다. 앞뒤가 잘려 나간 그 두루마리가 바로 왕오천축국전이었고, 그렇게 혜초는 천이백 년 만에 세상에 돌아왔다 — 사람이 아니라 글로.

혜초의 경계 넘기에는 이 시리즈의 다른 인물들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그를 밖으로 민 것은 멸망도 신분도 아니었다. 알고 싶다는 마음, 그 하나였다. 그런데 결말은 묘하게 닮았다. 고향은 그를 잊었고, 그는 남의 땅에서 생을 마쳤고, 재발견은 천 년 뒤 남의 손으로 이루어졌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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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경계를 넘은 사람들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