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릉 (선릉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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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릉, 가는 길에 듣는 해설입니다.
선정릉은 강남 한복판에 있는 왕릉입니다. 높은 빌딩 사이에 오백 년 된 소나무 숲이 섬처럼 남아 있지요. 조선의 아홉 번째 임금 성종과 왕비 정현왕후, 그리고 성종의 아들 중종이 이곳에 잠들어 있습니다. 성종 부부의 능을 선릉, 중종의 능을 정릉이라 부르고, 둘을 합쳐 선정릉이라고 합니다. 성종은 나라를 다스리는 기본 법전, 경국대전을 마무리해 펴낸 임금입니다. 중종은 신하들이 앞선 임금 연산군을 몰아내고 세운 임금이지요.
이곳에는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임진왜란 때 왜군이 두 능을 파헤쳤다는 보고가 조정에 올라왔습니다. 전쟁의 상처가 왕의 무덤에까지 닿았던 것이지요.
엇갈린 부부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중종의 왕비였던 문정왕후는 죽어서 남편 곁에 묻히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중종의 능을 원래 자리에서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그런데 새 자리는 땅이 낮아 자주 물에 잠겼습니다. 결국 문정왕후 자신은 남편 곁에 오지 못하고, 멀리 노원의 태릉에 홀로 묻혔습니다. 함께 있으려고 옮긴 무덤이 오히려 두 사람을 갈라놓은 셈입니다.
도착하시면 정릉 쪽에서 시작해 보세요. 중종의 능을 먼저 보고, 소나무 숲 사이 흙길 고개를 넘어 선릉으로 가면 자연스럽게 한 바퀴가 됩니다.
선릉에서는 꼭 보실 것이 하나 있습니다. 성종의 봉분 아래를 두른 돌, 병풍석입니다. 병풍처럼 무덤을 감싼 돌판인데, 여기에 열두 띠 동물을 사람 모습으로 새긴 십이지신상이 있습니다. 봉분 가까이는 평소 들어갈 수 없으니, 정자각 앞에서 언덕 위를 올려다보세요. 또 선릉은 정자각 하나 뒤에 왕과 왕비의 봉분을 서로 다른 언덕에 두었습니다. 두 언덕을 번갈아 바라보시면 좋습니다.
능 안에서는 음식을 먹거나 돗자리를 펼 수 없습니다. 대신 흙길을 천천히 걸으며 숲의 공기를 마셔 보세요. 빌딩숲 한가운데서 오백 년 전의 시간을 만나는 드문 자리입니다.
- 선릉 (성종·정현왕후) — 정자각 하나에 왕과 왕비의 봉분을 서로 다른 언덕에 두었다. 성종의 봉분에는 병풍석이 있어 십이지신상을 볼 수 있다
- 정릉 (중종) — 문정왕후가 남편 곁에 묻히려고 옮겨 온 능. 땅이 낮아 자주 물에 잠겼다
- 능역 숲길 — 흙길과 소나무 숲. 한 바퀴에 한 시간 남짓
월요일 휴관 · 만 25~64세 1,000원 · 만 24세 이하·65세 이상 무료 · 매주 수요일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