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릉 (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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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릉, 가는 길에 듣는 해설입니다.
동구릉은 조선에서 가장 큰 왕릉 무리입니다. 이름 그대로 도성 동쪽에 있는 아홉 개의 능이라는 뜻이지요. 한 울타리 안에 왕 일곱 분과 왕비 열 분, 모두 열일곱 분이 잠들어 있습니다.
시작은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의 능, 건원릉입니다. 태조는 고향 함흥 땅에 묻히고 싶어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들 태종은 아버지를 도성 가까운 이곳에 모셨습니다. 대신 함흥에서 억새를 가져와 봉분을 덮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래서 건원릉은 잔디가 아니라 억새로 덮인 유일한 왕릉입니다. 지금도 이 억새는 한 해에 한 번, 한식날에만 벱니다.
이 능을 시작으로 여러 왕과 왕비가 차례로 이 숲에 묻혔습니다. 그래서 동구릉을 걸으면 여러 시대의 왕릉을 한자리에서 견주어 볼 수 있습니다.
도착하시면 입구에서 가까운 건원릉부터 보세요. 이곳에서 꼭 볼 것은 단연 억새 봉분입니다. 다른 왕릉의 매끈한 잔디 봉분을 떠올리며 보면,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 무덤이 얼마나 다른지 금방 느껴집니다. 가을 억새철에는 특히 아름답습니다.
그다음은 갈림길을 따라 능마다 둘러보시면 됩니다. 선조의 목릉에서는 왕과 두 왕비의 봉분 셋이 서로 다른 언덕에 흩어져 있습니다. 영조의 원릉은 왕과 왕비의 봉분을 나란히 둔 쌍릉입니다. 영조는 원래 다른 곳에 자기 자리를 마련해 두었지만, 결국 이곳에 묻혔습니다. 헌종의 경릉은 봉분 셋을 한 줄로 나란히 놓았는데, 이런 모양은 조선 왕릉에서 이곳 하나뿐입니다.
아홉 능을 모두 보려면 세 시간은 잡으셔야 합니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면 건원릉과 경릉 두 곳만이라도 꼭 보세요. 봉분 앞까지 오르는 길은 평소 닫혀 있으니, 정자각 앞에서 올려다보시면 됩니다.
나라를 세운 임금의 억새 무덤에서 시작해, 조선의 긴 세월이 한 숲에 모여 있는 곳입니다. 능마다 다른 점을 하나씩 찾으며 걸어 보세요.
- 건원릉 (태조) — 봉분을 억새로 덮은 유일한 왕릉. 고향 함흥의 억새를 덮어 달라는 태조의 뜻을 따랐다고 전한다
- 목릉 (선조와 두 왕비) — 세 봉분이 서로 다른 언덕에 있다
- 원릉 (영조·정순왕후) — 쌍릉. 영조는 서오릉에 자기 자리를 마련해 두었지만 결국 이곳에 묻혔다
- 경릉 (헌종과 두 왕비) — 봉분 셋을 나란히 둔 삼연릉. 조선왕릉에서 하나뿐이다
월요일 휴관 · 만 25~64세 1,000원 · 매주 수요일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