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 (신덕왕후 · 정릉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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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릉, 가는 길에 듣는 해설입니다.
성북구 주택가 골목을 오르다 보면 숲 하나가 나타납니다. 이곳 정릉에는 조선의 첫 왕비, 신덕왕후가 잠들어 있습니다. 태조 이성계의 둘째 부인이지요. 강남 선정릉 안에도 같은 소리의 정릉이 있지만, 한자가 다른 별개의 능입니다.
신덕왕후는 처음에 도성 안, 지금의 정동에 묻혔습니다. 정동이라는 동네 이름도 이 능에서 나왔습니다. 처음 무덤은 화려하게 꾸며졌습니다. 태조의 뒤를 이을 세자도 신덕왕후가 낳은 막내아들로 정해졌을 만큼, 왕비의 자리는 높았습니다.
그런데 태조의 아들 이방원이 왕자의 난을 일으켜 왕이 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이방원, 곧 태종에게 신덕왕후는 계모였고, 자기와 왕위를 다툰 동생들의 어머니였습니다. 태종은 이 능을 도성 밖 지금 자리로 옮겼습니다. 옛 능을 꾸몄던 돌로는 청계천의 다리, 광통교를 다시 놓았습니다. 왕비의 무덤 돌을 사람들이 밟고 지나다니게 한 것이지요. 지금도 광통교 아래 돌벽에는 무늬를 새긴 그 돌들이 남아 있는데, 몇몇은 거꾸로 박혀 있습니다. 신덕왕후가 왕비의 자리를 되찾은 것은 그로부터 이백칠십 년쯤 지난 뒤였습니다.
도착하시면 홍살문에 서서 정자각 쪽으로 난 돌길을 보세요. 이곳에서 꼭 볼 것이 바로 이 길입니다. 보통 왕릉의 돌길은 곧게 뻗는데, 여기서는 기역 자로 한 번 꺾입니다. 태종이 왕비의 능을 보통 무덤처럼 옮겨 놓았기 때문입니다.
정자각 뒤 봉분은 둘레에 병풍석도 돌난간도 없이 단출합니다. 그 앞에 선 돌 등불, 장명등을 눈여겨보세요. 조선 왕릉에 남은 석물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꼽힙니다. 꾸밈은 다 사라졌어도, 처음 능의 흔적이 이 등불 하나에 남아 있는 셈입니다.
능 뒤로는 숲 산책길이 이어집니다. 다 둘러보신 뒤 시간이 되면 청계천 광통교에 들러 보세요. 무덤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다리에서 끝납니다.
- 신덕왕후릉 — 병풍석·난간석이 없는 작은 능. 앞의 장명등은 조선왕릉에서 가장 오래된 석물로 꼽힌다
- 꺾인 참도 — 홍살문에서 정자각까지 돌길이 「ㄱ」자로 꺾인다. 태종이 왕비의 능을 일반 무덤처럼 옮겼기 때문이다
- 정릉 숲 산책길 — 능 뒤로 약 2.5km
월요일 휴관 · 1,000원 · 매주 수요일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