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문과 고려미술관 — 교토에서 되찾은 1,700점
1918년 경상북도 예천에서 태어난 정조문은 아버지가 독립운동에 뛰어들어 집안이 기울자, 어린 나이에 부모를 따라 일본 교토로 건너갔다. 베틀 소리가 밤늦도록 끊이지 않는 동네에서 자라며 온갖 일을 했고, 뒷날 교토에서 사업을 일으켰다. 1955년 무렵 조선 백자 항아리 하나를 만난 것이 전환점이었다. 한반도에서 건너온 물건들이 일본 땅 곳곳에 흩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그때부터 40년 가까이 번 돈을 털어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그림과 석조물, 민속품을 사 모았다. 재일동포 아이들이 다닐 교토 조선학교를 세우는 데 앞장섰고, 잡지 『일본 속의 조선문화』를 펴내 일본 안에 남은 한반도 문화의 흔적을 알렸다. 1988년 10월 25일, 그는 모은 1,700여 점과 자기 집터를 내놓아 교토 북쪽 주택가에 미술관을 열었다. 이름은 남도 북도 아닌 「고려」로 지었다. 분단된 어느 한쪽이 아니라 한반도 전체를 뜻하는 이름이었고, 그는 통일이 되기 전에는 고향에 돌아가지 않겠다는 뜻을 끝내 지켰다. 개관 넉 달 뒤 그는 세상을 떠났다. 고려미술관은 지금도 일본에서 한국 미술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드문 미술관으로, 재일동포 아이들에게는 뿌리를, 일본 사람들에게는 한반도 문화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 자리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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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국가유산청 월간 국가유산사랑 「일본에서 지켜낸 우리 문화재」
- 서울신문 정재정의 독사만평 「정조문과 고려미술관」(2024.6.6)
- 고려미술관(Koryo Museum of Art, 교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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