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역 (초량 이바구길 · 168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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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량 이바구길, 가는 길에 듣는 해설입니다.
부산역 광장에서 길만 건너면 시작되는 골목, 초량 이바구길입니다. 이바구는 경상도 말로 이야기라는 뜻입니다. 이름 그대로, 골목 하나에 백 년의 이야기가 차례로 놓여 있습니다. 주차할 곳이 없으니 기차나 지하철로 오시는 편이 좋습니다.
원도심이 개항장의 앞마당이었다면, 초량은 뒷골목이었습니다. 부두와 기차역 바로 뒤라 창고와 객주가 몰렸습니다. 객주란 남의 물건을 맡아 팔아 주고 상인을 재워 주던 중개 상인을 말합니다. 개항 뒤에는 청나라 영사관이 이 근처에 들어서서, 사람들이 이 일대를 청관이라고 불렀습니다. 지금 부산역 앞 차이나타운이 그 흔적입니다.
걷는 길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갑니다. 먼저 옛 백제병원을 보세요. 부산에서 처음 문을 연 근대식 개인 종합병원입니다. 그 뒤로 중국 음식점, 일본군 장교 숙소, 예식장으로 주인이 계속 바뀌었고, 지금은 카페와 서점이 됐습니다. 건물 한 채가 부산의 근대를 다 겪은 셈이지요.
조금 올라가면 붉은 벽돌 담장이 나옵니다. 부산 최초의 근대식 물류 창고, 남선창고가 있던 자리입니다. 명태를 많이 쌓아 두어 명태고방이라 불렸습니다. 창고는 헐리고 담장만 남았습니다.
이 길에서 꼭 보셔야 할 것은 백육십팔 계단입니다. 한국전쟁 때 피란민들이 산비탈 위에 집을 짓고 살았는데, 그 사람들이 날마다 오르내리던 길이 바로 이 가파른 계단입니다. 계단 중간쯤 김민부 전망대에서 뒤를 돌아보세요. 부산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저 바다를 보았을 사람들을 떠올려 보시면 좋겠습니다. 계단이 힘드시면 옆의 경사형 엘리베이터를 타셔도 됩니다. 예전에 다니던 모노레일은 이제 없습니다.
시간이 남으면 장기려 기념관에도 들러 보세요. 우리나라 의료보험의 출발점으로 꼽히는 조합이 이 동네에서 시작됐습니다. 오르막이 계속되니 편한 신발을 신고 천천히 오르세요.
- 옛 백제병원 — 부산 최초의 근대식 개인 종합병원(1927). 이후 중국음식점·일본군 장교 숙소·예식장으로 쓰였다. 국가등록문화유산. 지금은 카페와 서점
- 남선창고 터 — 1900년 세운 부산 최초의 근대식 물류창고. 명태를 많이 보관해 「명태고방」이라 불렸다. 2009년 헐리고 붉은 벽돌 담장만 남았다
- 168계단 — 한국전쟁 때 산복도로 윗동네에 자리 잡은 피란민의 생활 통로. 지금은 계단 옆으로 경사형 엘리베이터가 다닌다
- 김민부 전망대 — 168계단 중간. 부산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무료
- 장기려 기념관 (더 나눔) — 1968년 이 동네에서 청십자의료보험조합이 시작됐다. 우리나라 의료보험의 출발점으로 꼽힌다
경사형 엘리베이터 — 무료 · 운행 시간은 동구청(051-440-4781)에 확인하세요
오르막이 계속된다. 편한 신발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