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암동 철길마을 공영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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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암동 철길마을, 가는 길에 듣는 해설입니다.
군산 개항장 답사의 마지막 조각입니다. 앞에서 본 곳들이 항구와 조계였다면, 이곳은 그 산업이 남긴 뒷면입니다. 화려한 건물은 없습니다. 대신 철길 하나와, 그 철길에 바짝 붙어 선 집들이 있습니다.
이 철길은 1944년에 놓였습니다. 공장으로 물자를 실어 나르던 짧은 철길, 인입선입니다. 인입선이란 큰 철도에서 갈라져 공장이나 창고 안까지 들어가는 철길을 말합니다. 이 철길은 신문 종이를 만드는 공장으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그 철길 옆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집을 지어 붙였습니다. 누가 계획해서 만든 마을이 아닙니다. 살 곳이 필요했던 사람들이 빈 땅을 찾다 보니 생긴 마을이지요. 도시계획이 아니라 필요가 만든 공간입니다.
기차가 지나갈 때면 주민들이 집 앞에 내놓은 물건을 서둘러 치웠다고 합니다. 그러다 2008년에 기차가 멈췄고, 지금은 그 선로 위를 걸어서 지날 수 있습니다.
군산 원도심에서 차로 십 분이면 닿으니, 박물관과 월명동을 보신 뒤 마지막 순서로 들르시면 좋습니다. 주차장에서 마을 입구까지는 금방입니다. 평지라 걷기 편하고, 왕복 삼십 분이면 충분합니다. 걸으면서 꼭 해 보실 일이 하나 있습니다. 선로 한가운데 서서 양옆을 보세요. 집과 선로 사이가 한 걸음도 되지 않습니다. 이 마을의 값어치는 건물이 아니라 바로 그 거리에 있습니다.
요즘은 옛 교복을 빌려주는 가게와 기념품 가게가 많이 늘었습니다. 근대 유적을 기대하고 오시면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요. 그래도 가게 간판 너머로 낡은 담벼락과 녹슨 레일을 찾아보시면, 이곳이 어떤 시간을 지나왔는지 보입니다.
그리고 이곳은 지금도 주민들이 사는 마을입니다. 사진을 찍으실 때는 창문과 마당을 피해 주세요. 조용히 걷는 것이 이 마을의 이야기를 존중하는 방법입니다.
- 경암동 철길마을 — 1944년 개설된 페이퍼코리아선(옛 신문용지 공장 인입선) 주변에 형성된 마을. 선로와 집 사이가 한 걸음도 안 된다
주민이 실제로 거주하는 마을이다. 사진을 찍을 때 창문과 마당을 피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