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션」이 「조선」과 비슷하게 들린다는 말은 오래됐습니다. 신채호는 『조선상고사』에서 조선·숙신·주신이 모두 같은 말이고, 원래 「다스리는 땅」이라는 뜻이었다고 봤습니다. 청나라의 『만주원류고』가 숙신을 주신의 소리로 푼 것을 받아, 우리 역사의 무대를 만주까지 넓게 보려던 것입니다. 식민사관이 우리 역사를 반도 안에 가두던 시절의 주장이라는 점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그러나 오늘 학계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까닭은 셋입니다. 첫째, 「주션」이라는 소리가 기록에 나타나는 것은 10세기 무렵 요나라 때부터입니다. 고조선이 무너진 지 천 년이 넘게 지난 뒤이고, 그 사이 두 말이 어떻게 변했는지 이어 줄 기록이 없습니다. 둘째, 두 이름이 비슷하게 들리는 것은 오늘 우리말로 읽기 때문입니다. 옛 중국어로 되짚은 朝鮮의 소리는 「티아우-시엔」 비슷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것도 학자마다 조금씩 다른 추정입니다. 셋째, 옛 책은 둘을 따로 적었습니다. 『산해경』은 「해내경」과 「해내북경」에 조선을, 「대황북경」에는 「불함산에 숙신씨의 나라가 있다」를 따로 실었습니다.
그렇다면 조선이라는 이름은 원래 무엇이었을까요. 풀이가 넷 있습니다.
하나, 아사달설. 단군이 도읍했다는 아사달의 「아사」를 아침으로, 「달」을 땅이나 산으로 보고, 조선의 조(朝, 아침)가 그 뜻을 한자로 옮긴 것이라는 풀이입니다. 그렇다면 스스로는 아사달 비슷한 소리로 불렀을 수 있습니다.
둘, 강 이름설. 『사기』 조선열전에 붙은 옛 주석에는 3세기 학자 장안의 말이 실려 있습니다. 「조선에는 습수·열수·산수(汕水)가 있는데, 세 물이 합쳐 열수가 된다. 낙랑과 조선이라는 이름은 여기서 따온 듯하다.」 산수의 산(汕)과 조선의 선(鮮)이 이어진다는 풀이입니다.
셋, 해 뜨는 땅설. 조선 시대 책들은 「동쪽 끝 해 뜨는 곳이라 조선」이라 풀었습니다. 다만 이것은 이름의 한자 뜻으로 거꾸로 짜 맞춘 설명에 가깝습니다.
넷, 주신설. 앞에서 본 신채호의 풀이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대답이 남습니다. 모른다는 것입니다. 고조선 사람들이 제 말로 남긴 글은 한 줄도 없고, 「조선」은 중국 사람이 한자로 적은 모양으로만 남았습니다. 그 아래에 어떤 소리가 있었는지는 지금 우리가 아는 것의 바깥에 있습니다. 넷 가운데 하나를 골라 믿는 것보다, 넷이 왜 나왔는지를 아는 편이 이 이름을 더 오래 붙잡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