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 소리를 찾을 때 가장 먼저 걸리는 것이 한자입니다. 한자는 뜻을 담는 글자라서 소리를 정확히 붙잡지 못합니다. 옛 사람들의 말은 이 글자라는 체를 한 번 거쳐서야 우리에게 왔습니다.
그리고 그 한자의 소리마저 변했습니다. 朝鮮을 지금 중국 표준어로 읽으면 「차오셴」입니다. 이 소리를 이천 년 전에 대 보는 것은 오늘 서울말로 고려 사람의 말을 흉내 내는 것만큼 억지스럽습니다. 그래서 학자들은 옛 소리를 되짚습니다. 이렇게 되짚은 소리를 「재구음(再構音)」이라 부릅니다. 방법은 다섯 가지 흔적을 맞춰 보는 것입니다.
첫째, 옛 사전. 601년에 나온 『절운(切韻)』 같은 운서는 글자마다 「이 글자는 저 글자와 첫소리가 같고, 저 글자와 끝소리가 같다」는 식으로 소리를 적어 두었습니다.
둘째, 시의 운. 『시경』 같은 옛 노래에서 서로 운을 맞춘 글자들을 모으면, 지금은 운이 맞지 않는 글자들이 그때는 맞았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셋째, 이웃 나라의 한자음. 한국·일본·베트남은 서로 다른 때에 한자를 받아들이면서 그때의 소리를 굳혀 두었습니다. 우리 한자음의 받침이 좋은 예입니다. 학(學), 일(一), 합(合)의 ㄱ·ㄹ·ㅂ 받침은 옛 중국어 소리의 흔적인데, 현대 중국 표준어에서는 사라졌습니다. 우리 입이 오히려 옛 중국어를 더 잘 지키고 있는 셈입니다.
넷째, 외래어 옮겨 적기. 불경을 옮길 때 산스크리트 말을 어떤 한자로 적었는지를 보면, 그 한자가 당시 어떤 소리였는지 거꾸로 알 수 있습니다.
다섯째, 글자의 짜임. 소리를 나타내는 부분이 같은 글자들은 옛날에는 소리가 비슷했습니다.
그래도 한계는 분명합니다. 재구음은 학자마다 조금씩 다른 추정입니다. 7세기 무렵의 소리는 비교적 믿을 만하지만, 고조선 시대처럼 그보다 천 년 앞으로 갈수록 흐려집니다. 그리고 가장 큰 한계가 하나 더 있습니다. 중국 사람들의 소리를 아무리 정확히 되짚어도, 그것은 중국 사람 귀에 들린 고조선 말을 중국 글자로 옮긴 것입니다. 실제로 고조선 사람이 낸 소리와의 사이에 한 겹이 더 있습니다.
이 한계가 앞의 두 편을 받쳐 줍니다. 「조선과 주션이 비슷하게 들린다」는 말은 오늘 우리 귀를 이천 년 전에 대 보는 것이고, 「재구음으로 보면 달랐을 것」이라는 말도 같은 불확실성 안에 있습니다. 1443년 우리 글자가 생기기 전까지, 우리말의 소리는 늘 남의 글자라는 체를 거쳐야 했습니다. 훈민정음이 귀한 까닭 가운데 하나가 여기 있습니다. 소리를 소리대로 적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