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유리장 안의 청자 한 점, 옛 책 한 권 앞에서 우리는 보통 그 물건의 나이와 아름다움을 본다. 이 시리즈는 조금 다른 것을 묻는다. 이 물건은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그리고 누가 그 길을 냈을까.
한국 문화재가 나라 밖으로 나간 길은 여럿이다.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강화도 외규장각에서 싣고 간 의궤처럼 전쟁 중에 빼앗긴 것이 있다. 러일전쟁 때 일본군이 함경도 길주에서 뜯어 간 북관대첩비처럼 전리품이 된 것도 있다. 식민지 시기에는 무덤을 파헤쳐 꺼낸 고려청자가 골동 시장에서 비싸게 팔려 바다를 건넜고, 총독부는 오대산 사고의 실록을 도쿄제국대학으로 보냈다. 개항기 외교관이 사 간 책도 있다. 파리의 직지가 그렇다. 2009년 말 국립문화재연구소 조사로는 18개 나라에 10만 점이 넘는 한국 문화재가 있었고, 그 가운데 6할쯤이 일본에 있었다.
돌아오는 길은 더 여럿이었다. 이 시리즈는 그 길을 낸 사람들을 네 갈래로 나누어 따라간다.
첫째, 사서 지킨 사람들. 떠나기 전에, 혹은 떠난 곳에서 제 돈으로 사들여 붙잡아 둔 사람들이다. 전형필과 손재형이 여기 있다.
둘째, 찾아낸 사람들. 어디 있는지조차 몰랐던 것을 남의 나라 도서관 창고와 신사 구석에서 찾아내 세상에 알린 사람들이다. 박병선, 최서면, 그리고 이미 건너간 것을 그 땅에서 되찾은 정조문이 여기 있다.
셋째, 돌려받은 사람들. 찾아낸 것을 실제로 돌아오게 하려고 수십 년을 싸운 사람들이다. 북관대첩비를 되찾은 스님들, 오대산 실록과 왕실 의궤를 되찾은 시민운동이 여기 있다. 여기서부터는 형식을 꼼꼼히 봐야 한다. 외규장각 의궤는 「반환」이 아니라 「대여」로, 오대산 실록은 「기증」의 형식을 빌려 돌아왔다.
넷째, 내어놓은 사람들. 평생 모은 것을 다시 모두의 것으로 돌려놓은 사람들이다. 세한도를 국립중앙박물관에 내놓은 손창근이 여기 있다.
네 갈래는 서로 이어져 있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는 도쿄에 있다가 손재형이 사서 지켰고, 여러 손을 거쳐 손세기·손창근 부자가 이어 지켰으며, 2020년 모두에게 내어졌다. 그림 한 점이 네 가지 선택을 모두 지나온 것이다.
미리 밝혀 둘 것이 있다. 이 시리즈는 위인전이 아니다. 돈으로 산 일은 돈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대여라는 형식을 받아들인 협상에는 그만큼의 양보가 있었다. 조선 미술을 아낀 일본인들 가운데에는 그 사랑의 방식이 비판받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정을 지우면 이야기가 가벼워진다. 그래서 함께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