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끼기의 계보 — 사료의 개수가 아니라 계통의 개수를 세라

5 · 중국 사서 전반

같은 문장이 여러 사서에 나오면 우리는 대개 안심한다. 여러 책에 나오니 확실하겠구나 싶어진다.

이 시리즈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대목이 바로 여기다. 여러 번 적혔다는 것과 여러 번 확인됐다는 것은 다르다.

계보를 따지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세 가지만 물으면 된다. 어느 쪽이 먼저 쓰였는가. 늦게 쓴 쪽이 앞의 것을 볼 수 있었는가.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이 새로 얻은 정보인가 아니면 문장을 다듬은 것인가.

첫 번째 물음에서 벌써 함정이 있다. 먼저 쓰였다는 것은 다루는 시대가 이르다는 뜻이 아니라 붓을 든 때가 이르다는 뜻이다.

4편에서 본 후한서가 그 예다. 후한서는 1세기부터 3세기 초까지를 다루고 삼국지는 그보다 늦은 시기를 다룬다. 그런데 삼국지는 3세기 말에 나왔고 후한서는 5세기에 나왔다. 다루는 시대가 이른 책이 150년 늦게 쓰인 것이다.

두 책의 부여전 첫 문장을 나란히 놓으면 관계가 보인다. 방위를 적는 순서도, 북쪽에 약수가 있다는 것도, 사방 이천 리라는 것도 같다. 다른 것은 장성 북쪽이 현도 북쪽으로 바뀐 것과, 본래 예의 땅이라는 네 글자가 붙은 것뿐이다.

그러니 후한서 부여전에 어떤 내용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삼국지와 별개의 증언이 되지는 않는다. 다만 그 네 글자만은 다르다. 그것은 범엽이 어디선가 가져와 보탠 것이고, 그래서 따로 따져야 한다.

두 번째 사례는 더 분명하다. 남사와 북사다.

7세기에 이연수가 남조의 여러 사서를 하나로 묶어 남사를, 북조의 여러 사서를 묶어 북사를 만들었다. 재편집본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어떤 사실이 양서에도 나오고 남사에도 나온다고 해서 두 번 확인된 것이 아니다. 뒤의 것이 앞의 것을 옮긴 것이다.

이 구분을 놓치면 근거의 개수를 부풀리게 된다. 실제로 인터넷의 고대사 논쟁에서 이런 부풀리기가 자주 보인다. 세 사서에 나온다, 다섯 사서에 나온다는 식이다. 그럴 때 물어야 할 것은 그 다섯이 서로 다른 계통인가 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판단이 어려운 사례다. 5편에서 본 백제의 요서 기사다.

송서에 나오고 남제서에도 비슷하게 나오고 양서에도 나온다. 세 번 나온다.

그런데 이것이 세 갈래의 증언인지, 아니면 한 번 적힌 문장이 세 번 옮겨진 것인지가 이 논쟁의 핵심이다. 세 사서가 모두 남조 계통이고 시기도 가까우며 서로를 참고할 수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후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각각 다른 사신의 보고에 근거했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 시리즈는 어느 쪽이 옳다고 하지 않는다. 다만 세 번 나온다는 사실만으로 논증을 끝내면 안 된다는 것까지는 말할 수 있다.

두 당서도 짚어 둔다. 구당서가 10세기, 신당서가 11세기다. 신당서는 구당서를 그대로 두지 않고 다시 썼다. 그러니 두 책이 같은 사건을 다르게 적었을 때, 어느 쪽이 원래 자료에 가까운지를 따로 따져야 한다. 나중에 나온 책이 더 정리되어 있다고 해서 더 정확한 것은 아니다.

여기까지 보면 인용이 손실처럼만 느껴진다. 그런데 반대 방향도 있다.

배송지가 삼국지에 주를 달면서 위략을 인용해 놓은 덕분에, 지금은 전하지 않는 그 책의 부여 관련 내용 일부가 남았다. 11편에서 본 다섯 달 상과 순백의 상복 이야기가 거기서 나온 것이다.

8편에서 본 한원도 마찬가지다. 옹공예가 주를 달며 인용한 덕분에 지금은 없어진 고려기와 수동번풍속기의 조각이 남았다.

그러니 인용은 두 얼굴이다. 원본을 대신 세우면 근거를 부풀리지만, 원본이 사라졌을 때는 유일한 통로가 된다. 구분해야 할 것은 인용 자체가 아니라, 그 인용이 살아 있는 책을 옮긴 것인지 죽은 책을 살린 것인지다.

정리하면 규칙은 이렇다. 사료의 개수를 세지 말고 계통의 개수를 세라.

같은 이야기를 다섯 사람에게 들었는데 알고 보니 다섯이 다 한 사람에게 들은 것이었다면, 그 이야기의 근거는 여전히 하나다. 반대로 서로 만난 적 없는 두 사람이 같은 이야기를 한다면 그것은 둘이다. 사료도 똑같다.

이 규칙은 우리 편 주장에도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 우리에게 유리한 서술이 여러 사서에 반복될 때도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가 비판하는 방식으로 우리도 논증하게 된다.

사료 읽는 법. 같은 문장을 두 책에서 만나면 반가워하기 전에 편찬 연대를 확인하라. 그리고 늦게 나온 책에서 다른 점을 찾아라. 그 다른 점이 그 책이 실제로 보탠 전부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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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중국은 우리를 어떻게 적었나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