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집단 성폭력 사건 — 형사처벌 없이 끝난 수사

2004년 12월 · 경상남도 밀양시

2004년 경남 밀양에서 지역 고교생들이 미성년 피해자들을 상대로 약 1년에 걸쳐 집단 성폭력을 저지른 사건이 드러났다. 이 카드는 범행의 세부가 아니라 그 뒤에 벌어진 일을 기록한다.\n\n수사 자체가 2차 가해가 됐다. 피해자는 조사 과정에서 가해자들과 대면했고 수사관의 폭언을 겪었으며, 진술 과정에서 보호받지 못했다. 이 문제는 훗날 국가배상 판결로 이어졌다 — 국가가 피해자를 보호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음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n\n처벌은 사실상 없었다. 입건된 44명 가운데 10명이 기소됐고 20명은 소년부로 송치됐으며, 13명은 합의 등을 이유로 공소권 없음 처리됐다. 그런데 기소된 10명마저 법원이 소년부 송치를 결정하면서, 결과적으로 전과가 남는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당시 재판부는 사안의 중대성을 인정하면서도 진학과 취업이 결정된 점 등을 참작한다고 밝혔다.\n\n20년 뒤인 2024년 6월, 유튜버들이 가해자로 지목한 이들의 신상을 공개하면서 사건이 다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사건과 무관한 사람이 가해자로 지목되는 2차 피해가 발생했고, 신상을 공개한 유튜버는 이후 명예훼손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n\n무엇보다 피해자 측은 공론화를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2024년 6월 13일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통해 낸 입장문에서 피해자와 가족은 잘못된 정보로 2차 피해가 생기지 않기를, 그리고 경찰과 검찰에게서 2차 가해를 겪는 또 다른 피해자가 두 번 다시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잠깐 반짝하고 피해자에게 상처만 주고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고도 했다.\n\n이 사건이 기억되어야 하는 이유는 분노의 대상이어서가 아니라, 형사사법 제도가 어디에서 어떻게 실패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이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했고, 소년보호처분이 중대 범죄의 책임을 물을 통로를 대신했으며, 그 공백이 20년 뒤 사적 제재라는 또 다른 문제로 돌아왔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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