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오, 라는 한마디 — 강외지서에서 갈린 서른다섯 명

1950 7월 · 충북 청주 강외면(오송)

이 시리즈에서 유일하게 절반만 성공한 자리다. 그래서 반드시 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충북 청원군 강외면, 지금의 오송이다. 강외지서장은 상부 명령으로 관내 보도연맹원 35명을 소집했다. 이름은 권돈으로도, 김백룡으로도 전한다.

사람들을 소방창고에 가둬 놓고 그는 머리가 아팠다. 이들을 이대로 두었다가는 모두 죽을 텐데, 하는 생각 끝에 창고 문을 열고 말했다.

가시오.

30명은 그 말을 알아듣고 집으로 갔다.

그런데 5명이 다르게 알아들었다. 그들은 가라는 말을 청주에 있는 충북보도연맹 사무실로 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소집 통보를 받고 온 사람들이니, 지서에서 볼일이 끝났으면 다음 장소로 가라는 뜻이라고 이해한 것이다.

다섯 사람은 청주 방향으로 털레털레 걸어갔다. 그러다 강내지서 앞에서 경찰의 심문을 받았다. 당신들 뭐야. 강외면 보도연맹원입니다.

그들은 바로 강내지서에 구금됐고, 7월 10일 탑연리 야산에서 주검이 됐다. 강외면 연제리의 남광희를 비롯한 다섯 사람이었다. 연제리 세 사람의 시신은 사건 발생 2, 3일 뒤에 수습됐다.

같은 청원군 남이지서에서 안만근이 지금 청주로 가면 다 죽어, 얼른 도망가게 하고 소리쳤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선명하다. 안만근은 어디로 가면 안 되는지를 말했고, 강외지서장은 가라고만 했다.

왜 그랬을까. 짐작만 할 수 있다. 지금 청주로 가면 죽는다고 말하는 것은 상부가 사람을 죽이고 있다는 사실을 입으로 인정하는 일이다. 창고 안에는 서른다섯 명이 있었고, 그 가운데 누가 어디에 옮길지 알 수 없었다. 문을 열어 주는 것까지가 그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편은 이 시리즈에서 가장 불편한 편이다. 사람을 살리려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 마음이 정확한 말로 옮겨지지 않으면 다섯 명이 죽는다.

강외지서장 본인이 그 뒤에 어떻게 됐는지는 남아 있지 않다. 이름조차 두 가지로 전한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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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사람을 살린 사람들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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