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호영과 최우영 — 마을 입구에서 되돌려 보내다

1950 7월 · 경남 합천 초계면 대평마을

합천 초계지서에는 예정된 날짜가 있었다. 경찰이 후퇴하기 직전인 7월 31일, 관내 보도연맹원을 처리하고 떠난다는 계획이었다.

그 계획을 무산시킨 두 사람 가운데 하나는 경찰이 아니었다. 초계면 보도연맹 간부였던 노호영이다. 다른 하나는 초계지서에 근무하던 최우영이다.

두 사람은 대평마을 입구에 서서, 소집 통보를 받고 지서로 향하던 사람들을 되돌려 보냈다. 그 덕에 그들은 7월 31일을 넘겼다.

보도연맹 간부가 등장하는 것은 이 시리즈에서 이 편뿐이라 조금 설명이 필요하다. 국민보도연맹은 정부가 만든 관변 조직이었고, 각 지역 지부에는 간부가 있었다. 대개 전향한 좌익 인사나 지역 유지가 맡았는데, 이들의 역할 가운데 하나가 회원 관리였다. 즉 누가 회원인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간부였다.

그러니 간부는 두 갈래로 쓰일 수 있는 자리였다. 명단을 대는 쪽이 될 수도 있고, 명단에 오른 사람을 막아서는 쪽이 될 수도 있었다. 실제로 그해 여름 상당수 지역에서 간부들이 먼저 소집돼 먼저 죽었다. 등급 분류에서 A급으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노호영이 어떤 처지였는지는 기록에 없지만, 자기도 명단 위쪽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경찰인 최우영과 연맹 간부인 노호영이 어떻게 손을 맞췄는지, 누가 먼저 말을 꺼냈는지는 남아 있지 않다. 조사보고서 466쪽에 그들의 노력으로 사람들이 극적으로 살아남았다는 한 문장이 있을 뿐이다.

마을 입구라는 자리도 눈에 띈다. 지서 안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 오는 길에서 끊었다. 소집 통보는 이미 나갔고 사람들은 걷고 있었다. 그 사이에 서는 방법이었다.

같은 시기 합천 가회면에서는 면장 허임상이 지서주임을 설득해 사람들을 풀어냈다. 한 군 안에서 두 개의 면이 각기 다른 방법으로 같은 날을 넘긴 셈이다. 나머지 면들이 어떻게 됐는지는, 앞서 적었듯 자료가 부족해 지금도 알 수 없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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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사람을 살린 사람들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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