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리즈는 여진의 「주션」이라는 소리 하나에서 출발했습니다. 스스로 부른 소리와 남이 적은 이름, 조선이라는 이름의 네 가지 풀이, 한자라는 체, 삼국의 조각난 낱말들, 바다 건너 남은 말, 그리고 가장자리가 지킨 옛 소리까지 왔습니다. 걸어오는 내내 부딪친 벽은 하나였습니다. 옛 소리는 소리로 남지 않았다는 것. 늘 남의 글자를 거쳐, 조각으로, 한 겹 너머로 왔습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소리 그대로 남은 자료가 하나 있습니다. 1979년부터 1980년대에 걸쳐 한국정신문화연구원(지금의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전국을 돌며 모은 『한국구비문학대계』입니다. 1900년대 초에 태어난 어르신들이 자기 고장 말 그대로 이야기한 것을 녹음하고 받아 적었습니다. 이야기를 모으려던 일이었지만, 결과로 보면 전국 방방곡곡의 사투리를 한 세대 전 소리 그대로 붙잡아 둔 방언 자료이기도 합니다.
우리 아틀라스의 「땅의 이야기」 지도는 그 이야기들 가운데 땅에 붙은 것을 골라 시군마다 카드로 만든 것입니다. 카드는 읽기 쉽게 표준어로 풀어 옮겼지만, 원문을 열면 그 말맛이 그대로 있습니다. 전주 할머니가 오수의 개무덤 이야기 끝에 붙인 한마디, 「오죽해야 그랬겠오?」 같은 대목입니다. 이 시리즈에서 본 옛 소리들, 경상도의 「더버」와 제주의 아래아도 그 원문 속에서 살아 움직입니다.
그리고 그 지도에는 이제 옛 지리지의 기록도 함께 붙어 있습니다. 같은 땅을 두고 16세기의 책은 한자로, 1980년의 할머니는 사투리로 기억했습니다. 책의 이름과 입의 이름이 따로 있었던 셈입니다. 이 시리즈 첫 편에서 본 두 겹의 이름, 스스로 부른 소리와 남이 적은 이름이 우리 땅 곳곳에서도 되풀이되고 있었습니다.
옛 소리를 찾는 일은 결국 두 가지를 함께 하는 일입니다. 남은 기록을 꼼꼼히 읽는 것, 그리고 아직 살아 있는 소리를 사라지기 전에 붙잡아 두는 것. 앞의 일은 학자들이 해 왔고, 뒤의 일은 우리 모두가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