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전에서 유일하게, 실재 여부 자체가 본론인 인물이다.
미실(美室)이라는 이름은 삼국사기에도 삼국유사에도 나오지 않는다. 어떤 금석문에도 없다. 이 이름이 등장하는 자료는 딱 하나, 『화랑세기』라는 책의 필사본뿐이다.
『화랑세기』라는 책
원래 『화랑세기』라는 책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확실하다. 삼국사기가 김대문이라는 신라 사람이 그런 책을 지었다고 적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책은 전하지 않는다.
그런데 1989년, 그리고 1995년에 그 책의 필사본이라는 문서가 세상에 나왔다.
박창화라는 사람이 남긴 것이었다. 그는 일제강점기에 일본 궁내성 도서료에서 일했다. 그곳에서 『화랑세기』 원본을 보고 베껴 적었다는 것이 이 문서를 진본으로 보는 쪽의 주장이다.
무엇이 적혀 있나
필사본에는 화랑의 우두머리인 풍월주들의 계보와 행적이 세대별로 적혀 있다. 그리고 그 안에 미실이라는 여성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원화의 자리에 있었고, 여러 풍월주와 관계를 맺었으며, 진흥왕 진지왕 진평왕에 걸쳐 궁중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이다. 사다함과의 관계, 세종과의 혼인, 설원랑과의 사이 등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
신라 왕실의 혼인과 성 관계를 매우 구체적으로 서술한다는 점이 이 문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진위 논쟁
학계 다수는 이 필사본을 신라 당대의 자료로 인정하지 않는다.
위작으로 보는 쪽의 근거는 이렇다. 원본이라 할 만한 것이 확인되지 않는다. 문체와 용어에 후대의 것으로 보이는 요소가 있다. 박창화가 소설을 비롯한 여러 글을 쓴 사람이었다는 점도 지적된다.
진본으로 보는 쪽의 근거는 이렇다. 이 문서에 나오는 관직명과 인명 가운데 일부가 뒤에 발견된 금석문과 맞아떨어졌다. 위작자가 알기 어려운 세부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어느 쪽도 상대를 설복하지 못했다. 다만 현재 한국사 개설서와 교과서는 이 자료를 사료로 쓰지 않는다.
왜 이 사전에 넣는가
2009년 드라마 「선덕여왕」이 방영되면서 미실은 전국이 아는 이름이 되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실존 인물로 알게 되었다.
이 시리즈는 기록에 있는데 알 수 없는 사람들을 다룬다. 미실은 그 반대편의 사례다. 사람들은 그를 잘 안다고 여기는데, 정작 그가 있었는지 자체가 확정되지 않았다.
어떤 인물은 사료가 부족해서 흐릿하고, 어떤 인물은 이야기가 너무 선명해서 오히려 확인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