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김씨의 시조다. 그런데 정작 그 자신은 왕이 되지 않았다.
숲에서 나온 아이
65년 8월 어느 밤, 호공이 월성 서쪽 시림을 지나다 큰 빛을 보았다. 하늘에서 땅까지 자줏빛 구름이 드리웠고, 그 구름 속 나뭇가지에 금궤가 걸려 있었으며, 빛은 그 궤에서 나오고 있었다. 흰 닭이 나무 아래에서 울었다.
왕이 와서 궤를 열자 사내아이가 누워 있다가 일어났다. 혁거세 때의 일과 같다 하여 아이 이름을 알지라 했다. 금궤에서 나왔으므로 성을 김(金)이라 했다.
왕은 이 숲의 이름을 시림에서 계림으로 고쳤다. 닭이 울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나라 이름으로 삼았다. 신라가 한동안 계림으로 불린 것이 이때부터다.
왕이 되지 않았다
탈해왕은 그를 태자로 삼았다. 그런데 알지는 뒤에 그 자리를 파사에게 사양하고 왕위에 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김씨가 실제로 왕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알지에서 세한, 아도, 수류, 욱보, 구도를 거쳐 그 다음 대인 미추가 262년에 즉위한다. 알지로부터 7대, 200년 뒤다.
그 뒤로도 석씨와 김씨가 번갈아 왕이 되다가, 356년 내물왕 이후로 김씨가 왕위를 독점한다. 신라 천 년의 대부분이 이 집안의 시대다.
알지는 무슨 뜻인가
삼국유사는 알지가 우리말로 아기를 뜻한다고 적었다. 그러니까 김알지는 이름이라기보다 금궤에서 나온 아기, 정도의 뜻이 된다.
금(金)이라는 성씨의 유래를 금궤에서 찾는 것도 사후 설명일 가능성이 지적된다. 김씨의 김이 원래 쇠를 다루는 집단을 뜻했다는 견해, 흉노 계통의 김(金)씨와 연결짓는 견해도 있다. 신라 김씨가 스스로 흉노 김일제의 후손이라 밝힌 비문이 실제로 남아 있다는 점이 이 논의의 근거가 된다. 다만 그것을 혈통의 증거로 볼지, 당시 유행하던 계보 만들기로 볼지는 견해가 갈린다.
세 개의 탄생
신라 시조 설화는 세 개다. 혁거세는 알에서 나왔고, 탈해도 알에서 나와 궤에 실려 왔으며, 알지는 궤 안에 들어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다.
세 번 다 사람이 낳은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나타난다. 신라만 그런 것도 아니다. 주몽도 알에서 나왔고 김수로도 알에서 나왔다.
시조는 태어나지 않고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