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리즈를 한국사 안에만 두면 절반을 버리게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는 왜인전이 한 편으로 들어 있기 때문이다.
부여, 고구려, 동옥저, 읍루, 예, 한, 그리고 왜. 3세기 중국인이 동쪽을 적으면서 이들을 한 권에 담았다. 우리가 이 편을 우리 고대사 사료라고 부를 때, 그 책은 같은 자리에 왜도 넣어 두었다는 사실을 함께 알아야 한다.
이 편은 일본 사서를 다루지 않는다. 일본서기와 고사기는 별개의 이야기이고, 중국 사서를 읽는 이 시리즈의 범위 밖이다. 여기서 보는 것은 오직 하나다. 중국 사서가 그린 관계망 안에서 왜는 어디에 있었는가.
먼저 위치다.
삼국지 한 조는 한이 대방의 남쪽에 있고 동쪽과 서쪽은 바다를 한계로 삼으며 남쪽으로는 왜와 접한다고 적는다(南與倭接). 이 짧은 구절이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었다. 남쪽으로 왜와 접한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
바다 건너 마주 본다는 뜻으로 읽을 수도 있고, 한반도 남단에 왜와 관련된 무엇이 있었다는 뜻으로 읽는 견해도 있어 왔다. 이 시리즈는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원문이 말하는 것은 남쪽으로 왜와 접한다는 데까지이고, 그 이상은 해석이며 해석에는 갈래가 있다.
다만 한 가지는 짚어 둘 수 있다. 이 문장은 위치를 적는 서식의 한 칸을 채운 문장이다. 19편에서 본 대로 어느 조든 첫머리에 동서남북 방위를 적는다. 부여 조는 남으로 고구려 동으로 읍루 서로 선비라 적었고, 한 조는 남으로 왜라 적었다. 같은 자리에 들어간 같은 종류의 문장이다. 그러니 이 구절 하나에 지나치게 무거운 것을 얹으면 서식의 특성을 놓치게 된다.
둘째, 정보의 계통이 다르다.
3편에서 말한 대로 삼국지 동이전의 상당 부분은 위나라 군대가 동방을 오가며 얻은 견문에 기댄다. 그런데 왜인전은 다르다. 대방군을 거쳐 오간 사신 왕래에서 온 정보다. 육로로 얻은 것과 바닷길로 얻은 것이 한 편 안에 나란히 있는 셈이다.
그래서 왜인전은 길에 대한 서술이 유난히 자세하다. 대방에서 출발해 어디를 거쳐 며칠을 가면 어디에 닿는다는 식이다. 실제로 그 길을 오간 사람의 보고가 바탕에 있다는 뜻이다.
셋째, 5세기가 되면 왜가 우리 기록 옆에 나란히 선다.
5편에서 본 송서의 작호 기사가 그렇다. 백제 왕이 작호를 받고 왜 왕도 작호를 받는다. 남조 조정의 장부에서 두 나라는 같은 줄에 놓인 이웃이었다. 이 대목은 임나일본부 논쟁의 출처이기도 한데, 그 논쟁 자체는 자료실의 「역사왜곡에 맞서다」에 임나일본부설을 다룬 편이 따로 있으므로 그쪽으로 넘긴다. 4부에서 이 기사가 어떤 문서였는지만 다시 볼 것이다.
넷째, 6편에서 본 이야기도 여기 걸린다.
개로왕의 표문을 실제로 지은 사람이 누구였을까 하는 물음에서, 그 사람이 475년 한성이 무너진 뒤 왜로 건너가 왜왕 무의 표문도 지었으리라는 견해가 나왔다고 했다. 추정이지만, 5세기 동아시아에서 사람과 글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그러니까 중국 사서가 그리는 것은 개별 나라들의 목록이 아니라 관계망이다. 백제와 왜가 같은 조정에 사신을 보내고, 신라가 백제를 따라오고, 고구려가 북위와 해마다 사신을 주고받고, 백제가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다.
이 그물을 보지 않고 우리 나라 조만 뽑아 읽으면 이상한 일이 생긴다. 왜 백제가 갑자기 북위로 갔는지, 왜 신라 기록이 백제를 거쳐 왔는지, 왜 어떤 해에 사신 기사가 끊기는지가 설명되지 않는다. 각 조는 그물의 한 매듭이고, 매듭만 보면 그물이 안 보인다.
여기서 3부를 닫는다.
일곱 편에서 우리는 기록이 아니라 기록하는 방식을 봤다. 동이라는 칸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조공과 책봉이라는 형식이 어떻게 작동했으며, 서술 순서가 왜 정해져 있었고, 어느 기록이 원본이고 어느 것이 복사본이며, 무엇이 빠졌고, 칭찬조차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칸들이 서로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
4부에서는 이 도구들을 들고 실제 싸움터로 간다. 삼국사기 초기 기록과의 어긋남, 광개토왕비, 낙랑군의 위치, 송서의 작호 기사, 그리고 환단고기가 인용하는 중국 사서. 자주 인용되고 자주 다투는 다섯 자리다.
사료 읽는 법. 어느 한 나라의 조만 떼어 읽지 말고, 그 조가 실린 편 전체를 훑어보는 것이 좋다. 옆에 누가 함께 실려 있는지, 그 옆 조에 우리 이름이 나오는지. 관계는 대개 옆 조에 적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