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하는 법 — 소 발굽으로 치는 점, 그리고 뛰는 것 같은 걸음

3 · 부여 · 고구려

전쟁을 적은 기록에는 상대를 평가하는 말이 가장 많이 섞인다. 그래서 이 항목은 두 겹으로 읽어야 할 필요가 가장 큰 자리이기도 하다.

부여의 무장 기록부터 보자. 활과 화살과 칼과 창을 병기로 삼고, 집집마다 갑옷과 무기를 갖추고 있다(以弓矢刀矛爲兵, 家家自有鎧仗).

집집마다 갑옷이 있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상비군을 두고 무기를 국가가 관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필요할 때 각자가 들고 나오는 방식이었다는 뜻이다.

그 방식이 어떻게 굴러갔는지는 다음 문장이 알려 준다. 적이 있으면 여러 가가 스스로 싸우고, 하호는 함께 양식을 져다 먹인다(有敵, 諸加自戰, 下戶俱擔糧飮食之).

싸우는 사람과 먹이는 사람이 나뉘어 있다. 14편에서 본 호민과 하호가 여기서 다시 나온다. 전쟁하는 방식이 신분 구조와 그대로 붙어 있는 것이다. 관제 기록과 군사 기록을 따로 읽으면 이 연결이 보이지 않는다.

부여에는 전쟁을 앞두고 치른 의식도 적혀 있다. 군사 일이 있으면 역시 하늘에 제사하고, 소를 잡아 그 발굽을 보아 길흉을 점치는데 발굽이 벌어지면 흉하고 붙으면 길하다(殺牛觀蹄以占吉凶, 蹄解者爲凶, 合者爲吉).

소 발굽으로 치는 점이다. 이 대목이 값진 이유는 중국 기록자가 이것을 자기 것과 견주지 않고 그냥 적었다는 데 있다. 은나라에서 뼈를 태워 점친 것과 계통이 닿는 방식인데, 여기서는 그런 견줌 없이 본 대로만 남겼다. 그래서 오히려 신뢰가 간다.

고구려로 넘어가면 문장의 온도가 달라진다. 그 사람들은 성질이 사납고 급하며 노략질을 좋아한다(其人性凶急, 喜寇鈔).

이건 관찰이 아니라 평가다. 그런데 이 문장을 13편에서 본 다른 문장과 이어 붙이면 다르게 읽힌다. 좋은 밭이 없어 힘써 지어도 배를 채우기에 넉넉하지 않다. 큰 집들은 농사를 짓지 않고 하호가 먼 데서 져다 준다.

먹을 것이 모자란 산악의 나라가 바깥에서 가져와야 했다는 사정과, 노략질을 좋아한다는 평가는 같은 사실의 두 얼굴일 수 있다. 물론 그 노략질을 당한 쪽에게는 사정이 무슨 소용이었겠느냐는 반론도 성립한다. 여기서는 두 문장이 같은 편 안에 나란히 있다는 사실까지만 적어 둔다.

같은 조에 이런 문장도 있다. 절할 때 한 다리를 펴는 것이 부여와 다르고, 걸음은 모두 뛰는 것 같다(拜申一脚, 與夫餘異, 行步皆走).

걸음이 다 뛰는 것 같다는 문장을 나는 이 편 전체에서 가장 좋아한다. 어떤 틀에도 안 들어가는 말이기 때문이다. 위치도 아니고 풍속의 정해진 항목도 아니고 관제도 물산도 아니다. 그냥 본 사람이 인상 깊어서 적은 문장이다.

12편에서 정해진 칸을 채운 문장보다 칸에서 삐져나온 문장이 실제로 본 것에 가깝다고 했는데, 이 문장이 그 예다. 3세기에 누군가 고구려 사람들이 걷는 모습을 보았고, 저 사람들은 걷는 게 아니라 뛰는 것 같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적었다. 그 문장이 천팔백 년을 건너왔다.

그리고 이 한 줄에는 앞의 절하는 방식 이야기가 붙어 있다. 부여와 다르다는 것이다. 고구려가 부여의 별종이라고 적은 그 사서가, 두 곳이 어떻게 다른지를 절하는 자세와 걷는 모습에서 찾은 셈이다.

정리하면 전쟁 기록에서 우리가 건지는 것은 무기 목록만이 아니다. 누가 싸우고 누가 먹였는가, 싸우기 전에 무엇을 했는가, 그리고 상대가 그들을 어떤 사람으로 보았는가다. 마지막 것은 그 사회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관계에 대한 정보다.

여기서 2부를 닫는다. 옷과 혼인과 장례와 잔치와 물산과 관제와 집과 전쟁까지 여덟 갈래를 여러 사서에서 뽑아 나란히 놓아 보았다. 그러는 동안 같은 말이 되풀이됐다. 어떤 문장은 본 것이고 어떤 문장은 견준 것이며 어떤 문장은 판단이다.

3부에서는 그 판단 쪽을 정면으로 본다. 동이라는 말이 무엇이었는지, 조공과 책봉이 무슨 뜻이었는지, 서술 순서가 왜 늘 정해져 있는지, 어느 기록이 원본인지, 그리고 안 적힌 것이 무엇인지.

사료 읽는 법. 군사 기록에는 형용사가 많다. 사납다, 굳세다, 노략질을 좋아한다, 겁이 없다. 이런 말을 만나면 같은 편 안에서 그 사회의 형편을 적은 문장을 찾아 나란히 놓아 보는 것이 좋다. 대개 그 옆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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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중국은 우리를 어떻게 적었나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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