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와 물산 — 팔 것이 있던 나라, 가져와야 했던 나라

3 · 부여 · 고구려 · 삼한

중국 사서가 어느 나라를 적을 때 빠뜨리지 않는 항목이 물산이다. 무엇이 나는가. 무엇을 바치는가.

이유는 분명하다. 그 정보가 실무에 쓰였기 때문이다. 사신이 오면 무엇을 받게 될지, 그 땅과 무역할 것이 있는지, 정벌한다면 얻을 것이 있는지를 판단해야 했다.

그래서 이 항목은 다른 어떤 항목보다 정확할 가능성이 높다. 옷이나 노래는 잘못 적어도 손해 볼 게 없지만 물산은 다르다.

부여부터 보자.

땅은 오곡에 알맞으나 오과는 나지 않는다(土地宜五穀, 不生五果). 그리고 그 앞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산과 언덕과 넓은 못이 많고, 동이의 땅 가운데 가장 평평하고 넓다(於東夷之域最平敞).

넓은 평야에 곡식이 잘 되고 과일은 안 되는 땅. 만주 벌판을 이보다 짧게 적기 어렵다.

이어지는 대목에 부여의 상품 목록이 나온다. 그 나라는 가축을 잘 기르며, 이름난 말과 붉은 옥과 담비와 아름다운 구슬이 난다. 구슬 가운데 큰 것은 대추만 하다(其國善養牲, 出名馬·赤玉·貂狖·美珠. 珠大者如酸棗).

말, 옥, 모피, 구슬. 이것이 부여가 중국에 팔 수 있었던 것들이다. 앞에서 본 옷 기록에 나라 밖으로 나갈 때 담비 가죽옷을 덧입는다고 했는데, 그 담비가 여기서 다시 나온다. 자기들이 입기도 하고 내다 팔기도 한 셈이다.

고구려는 사정이 정반대다.

큰 산과 깊은 골짜기가 많고 벌판과 못이 없다. 산골짜기를 따라 살며 산골 물을 마신다. 좋은 밭이 없어 힘써 지어도 배를 채우기에 넉넉하지 않다(無良田, 雖力佃作, 不足以實口腹). 그리고 곧바로 이런 문장이 붙는다. 그 풍속은 음식을 아낀다(其俗節食).

절식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온다. 그런데 이 문장을 미덕으로 읽으면 안 된다. 앞 문장이 배를 채우기에 넉넉하지 않다고 했다. 아껴 먹는 습관은 부족한 땅에서 나온 것이다.

바로 다음 문장이 또 이상하다. 집 짓기를 좋아한다(好治宮室). 먹을 것이 모자라는 나라가 집 짓기를 좋아한다고 적혀 있다. 이 어긋남이 그냥 넘길 대목은 아니다.

부족한 것을 어디서 메웠는지는 같은 조의 다른 문장이 알려 준다.

나라 안의 큰 집들은 농사를 짓지 않아 앉아서 먹는 이가 만여 명이고, 하호가 먼 데서 쌀과 곡식과 물고기와 소금을 져다 대어 준다(其國中大家不佃作, 坐食者萬餘口, 下戶遠擔米糧魚鹽供給之).

먼 데서 져다 준다는 말이 핵심이다. 고구려의 지배층은 자기 땅에서 나는 것으로 먹은 것이 아니라 바깥에서 가져온 것으로 먹었다. 옥저를 복속시켜 물고기와 소금을 받아 냈다는 이야기가 같은 편 옥저 조에 나오는 것과 이어진다. 좁고 척박한 땅에서 나라를 유지하는 방식이 여기 적혀 있는 셈이다.

남쪽으로 내려가면 또 다른 그림이 나온다. 삼국지 한 조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소와 말을 탈 줄 모르고 소와 말은 모두 장사 지내는 데 쓴다. 구슬을 보배로 여겨 옷에 꿰매 꾸미기도 하고 목에 걸거나 귀에 달기도 하는데, 금은과 비단은 진귀하게 여기지 않는다(以瓔珠爲財寶, 不以金銀錦繡爲珍).

마지막 한마디가 이 문장의 성격을 드러낸다. 금은과 비단을 진귀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은 그 사회에 대한 서술이면서 동시에 기록자의 기준을 보여준다. 중국 사람에게는 금은과 비단이 값의 척도였다. 그런데 여기 사람들은 그것 대신 구슬을 귀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이것을 미개하다는 뜻으로 읽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실제 유물과 잘 맞는 기록이다. 삼한 지역 무덤에서는 유리구슬과 옥이 대량으로 나온다. 값을 매기는 기준이 달랐다는 사실을 3세기 중국인이 정확히 알아본 것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부여는 팔 것이 있었고, 고구려는 가져와야 했고, 남쪽은 값의 기준이 달랐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사정이 그 뒤 각 나라가 중국과 맺은 관계의 모양을 어느 정도 결정했다.

사료 읽는 법. 물산 기록은 대체로 믿을 만하지만 그 안에도 기준이 숨어 있다. 무엇이 난다고 적는 것은 관찰이고, 무엇을 귀하게 여긴다거나 여기지 않는다고 적는 것은 판단이다. 두 종류의 문장이 한 문단 안에 섞여 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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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중국은 우리를 어떻게 적었나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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