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와 두 당서 — 적이 된 뒤에 달라진 문장, 그리고 바뀐 이름

645 · 고구려 · 장안

지금까지 본 사서들은 대체로 멀리서 본 기록이었다. 사신이 전한 말이거나 원정에서 얻은 견문이었다. 수와 당은 다르다. 이 두 나라는 고구려와 직접, 그리고 오래 싸웠다.

싸운 상대를 적은 기록은 다르다. 어떻게 다른지가 이 편의 주제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정보의 양이 아니다. 오히려 수서 권81 동이전이나 구당서 권199 상, 신당서 권220의 동이전은 앞선 사서들보다 사정을 잘 안다. 사신이 오간 햇수와 전투의 경과, 성의 이름과 관직 이름이 훨씬 촘촘하다. 자주 만난 사이니 당연하다.

달라지는 것은 형용사다. 그리고 이름이다.

이름 이야기부터 하는 편이 빠르겠다.

고구려 말기의 실권자 연개소문은 성이 연(淵)이다. 그런데 구당서와 신당서는 그를 천개소문(泉蓋蘇文)이라고 적는다. 성을 바꿔 적은 것이다.

이유는 고구려와 아무 상관이 없다. 당나라를 세운 고조의 이름이 이연(李淵)이었기 때문이다. 황제의 이름 글자를 피해 쓰는 것이 그 시대의 규칙이었고, 그래서 뜻이 비슷한 천(泉)으로 바꿔 적었다. 남의 나라 사람 성이 기록하는 쪽 황실 사정 때문에 바뀐 것이다.

여기서 끝났으면 그저 흥미로운 이야기였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 당에 들어가 살게 된 아들 남생과 남산도 천씨로 적혔고 묘지명에도 그렇게 새겨졌다. 그리고 김부식이 삼국사기를 쓰면서 중국 사서를 참고했기 때문에, 우리 역사책에도 천개소문으로 들어갔다.

이것이 바로잡힌 것은 한참 뒤다. 18세기에 안정복이 동사강목에서 짚었다.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고구려의 귀한 신하 연정토가 항복해 왔다는 기록이 있고 다른 책에 정토가 개소문의 아우라고 되어 있으니, 성이 연씨라는 것이다. 중국인이 도연명을 천명이라 적은 것과 같은 일이라고 했다. 이 견해가 지금은 거의 정설이다.

한 사람의 성이 제 나라에서 불리던 대로 돌아오는 데 천 년이 걸린 셈이다. 참고로 일본서기는 그를 이리가수미라는 아주 다른 표기로 적었다. 같은 사람을 세 나라가 세 가지로 적은 것이다.

이름이 이럴진대 사람에 대한 평가는 어떻겠는가.

당서의 연개소문 서술은 대단히 부정적이다. 대신 백여 명을 죽이고 대궐로 쳐들어가 왕을 죽인 뒤 시신을 토막 내 버렸다거나, 귀족과 무관을 엎드리게 한 다음 그 등을 밟고 말에 올랐다거나 하는 대목이 이어진다. 그리고 임금을 죽인 역적이 제 집에서 편히 죽은 것은 운이 좋았다는 식의 평이 붙는다.

여기서 갈라 읽어야 한다. 그가 왕을 죽이고 권력을 잡은 것은 사실이다. 유교적인 기준에서 그것이 큰 죄로 읽히는 것도 그 시대의 자연스러운 판단이다. 다만 이 서술을 남긴 쪽이 그와 싸워 이기지 못했던 나라라는 사실은 함께 놓아야 한다. 형용사의 온도는 그 자리에서 나온다.

그리고 삼국사기가 이 서술을 상당 부분 그대로 옮겼기 때문에, 우리가 오랫동안 알아 온 연개소문의 모습도 실은 당나라 사관이 정해 준 얼굴에 가깝다. 근대에 들어 신채호나 박은식이 그를 다르게 평가한 것은 이 얼굴을 다시 그리려는 시도였다.

정리하면 이렇다. 수서와 두 당서는 앞선 사서보다 우리를 잘 안다. 동시에 앞선 사서보다 우리를 미워한다. 그래서 이 시기 기록을 읽을 때는 사실을 적은 문장과 평가를 내린 문장을 갈라 놓는 훈련이 필요하다. 성 하나가 바뀌어 천 년을 간 것을 보면, 그 훈련을 게을리했을 때 무슨 일이 생기는지 알 수 있다.

두 당서 사이의 차이도 짚어 둔다. 구당서는 10세기에, 신당서는 11세기에 나왔다. 신당서는 구당서를 그대로 두지 않고 다시 썼다. 같은 사건을 두 책이 어떻게 달리 정리했는지를 나란히 놓고 보는 일은 그 자체로 공부가 된다. 이 비교는 3부에서 따로 다룬다.

사료 읽는 법. 적과 싸운 나라가 남긴 기록에는 두 가지가 섞여 있다. 가까이서 봤기 때문에 정확해진 부분과, 미워했기 때문에 기울어진 부분이다. 둘은 같은 문장 안에 있을 때도 많다. 무엇을 했다고 적었는지와 그것을 어떤 말로 불렀는지를 나누어 읽어야 한다.

출처

관련 콘텐츠

이 글은 중국은 우리를 어떻게 적었나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고대 지도에서 관련 지역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