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위서 동이전 — 침공의 부산물로 남은 민족지

244 · 환도성 · 위나라 동방 전선

우리 고대사를 다루는 책을 펼치면 어김없이 나오는 문장들이 있다. 부여 사람들은 흰옷을 즐겨 입었다든가, 고구려는 좋은 밭이 없어 아무리 부지런히 지어도 배를 채우기 어려웠다든가, 예에서는 같은 성끼리 혼인하지 않았다든가 하는 것들이다.

이 문장들의 출처는 거의 다 한 권이다. 삼국지 위서 오환선비동이전. 흔히 줄여서 동이전이라고 부르는 편이다.

우리가 아는 삼국지연의와는 다른 책이다. 진수라는 서진 사람이 3세기 말에 쓴 역사서이고, 위·촉·오 세 나라를 다룬 예순다섯 권 가운데 위서 서른 번째 권 한 편에 부여, 고구려, 동옥저, 읍루, 예, 한, 그리고 왜가 들어 있다.

부여전 하나가 930자다. 짧아 보이지만 이 정도 분량으로 한 나라의 위치와 관제와 옷과 음식과 제사와 혼인과 장례를 적은 기록은 그 시대에 달리 없다. 중국 정사 가운데 부여에 관한 최초의 열전이기도 하다.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부여는 장성 북쪽에 있고 현도에서 천 리 떨어져 있다(夫餘在長城之北, 去玄菟千里). 그리고 남쪽으로 고구려, 동쪽으로 읍루, 서쪽으로 선비와 접한다는 문장이 이어진다. 위치를 먼저 적고 시작하는 것이 이 사서의 습관이다.

문제는 이것이다. 진수는 부여에 가본 적이 없다.

그러면 이 정보는 어디서 왔을까. 이 질문이 이 편의 핵심이다. 답의 상당 부분은 전쟁에 있다.

3세기 초 요동에는 공손씨라는 세력이 자리 잡고 반독립 상태로 동방을 다스리고 있었다. 위나라가 238년에 이 공손씨를 무너뜨린다. 그러면서 낙랑과 대방 두 군이 위나라 손에 들어왔고, 위나라는 처음으로 동쪽 사정을 직접 상대하게 된다.

그리고 244년, 관구검이 고구려를 친다. 환도성이 함락되고 동천왕은 동쪽으로 달아난다. 위나라 군대는 왕을 쫓아 옥저를 지나 동해안까지 갔다가 돌아온다. 이때 부대가 지나온 땅과 만난 사람들에 관한 정보가 쌓였다.

동이전의 서술이 유난히 자세한 데는 이 배경이 있다. 남의 나라를 침공한 부산물로 남은 민족지인 셈이다.

다만 여기서 한 걸음 물러설 필요가 있다. 동이전 전체가 이 원정 하나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같은 편에 들어 있는 왜인전은 대방군을 거쳐 오간 사신 왕래에서 온 정보라 계통이 다르고, 앞선 문헌에서 옮겨온 대목도 있다. 원정에서 얻은 견문이 중요한 바탕이 됐다는 데까지가 지금 말할 수 있는 선이다.

그렇다면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같은 동이전 안에서도 기록의 무게가 다르다.

직접 보고 적었을 법한 것이 있다. 옥저의 위치, 고구려의 산과 골짜기 같은 것들이다. 군대가 실제로 지나온 곳이다. 들은 것을 옮긴 것도 있다. 읍루 사람들이 어떻게 산다더라 하는 대목이 그렇다. 위나라 군대가 그 깊은 곳까지 들어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앞선 책에서 옮겨온 것도 있다.

이 마지막 갈래는 그다음 사서로 이어진다. 5세기에 범엽이 쓴 후한서 동이열전은 삼국지보다 이른 시대를 다루면서 삼국지보다 150년 늦게 쓰였고, 삼국지의 문장을 상당 부분 바탕으로 삼았다. 그러니 후한서에 나오니까 더 오래된 기록이라고 인용하면 순서가 거꾸로 된다. 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이어 하겠다.

마지막으로 이것은 중국인이 쓴 글이라는 사실을 다시 짚어 둔다. 동이전을 읽다 보면 배열이 늘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디에 있고, 얼마나 크고, 어떤 풍속을 가졌고, 누가 다스리고, 무엇이 나는가. 이 순서가 정해져 있다.

그러니 이 기록은 3세기 만주와 한반도의 사진이 아니다. 3세기 중국인이 그 땅을 보며 그린 그림이다. 그림에는 그린 사람의 자리가 남는다. 그 자리를 함께 읽는 것이 이 시리즈가 하려는 일이다.

사료 읽는 법. 이 기록은 3세기 말의 중국인이 3세기 중반의 사람들을 적은 것이다. 기록한 시점과 기록된 시점 사이에 수십 년의 거리가 있고, 기록한 사람과 기록된 사람 사이에는 수천 리의 거리가 있다. 문장이 말하는 시대와 문장이 쓰인 시대를 구분해서 읽어야 한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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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중국은 우리를 어떻게 적었나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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