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되다

1948 11월 · 서울(정부 담화·신문 지면)

여순 직후 정부 담화와 신문 지면에서 빨갱이라는 말의 쓰임이 달라진다. 그전까지 이 말은 대체로 좌익이라는 정치적 입장을 가리켰다. 여순 이후 그것은 인간의 범주가 된다 — 설득할 수도 재판할 수도 없고, 제거해야 하는 존재. 김득중의 『빨갱이의 탄생』(2009)이 이 전환을 논증한 대표적 연구다. 1948년 12월 국가보안법이 제정되면서 이 범주는 법의 언어가 된다. 그런데 "빨갱이"가 "빨치산"에서 나왔다는 널리 퍼진 설명은 그대로 받기 어렵다. 어원은 두 갈래로 갈린다. 하나는 파르티잔→빨치산→빨갱이라는 계보이고, 다른 하나는 색 이름 "빨강"에 접미사가 붙은 파생이다. 뒤쪽이 한국어의 규칙에 더 잘 맞는다 — 노랑에서 노랭이가, 파랑에서 파랭이가 만들어지는 것과 같은 방식이어서 러시아어를 경유할 필요가 없다. 연대도 걸린다. 빨갱이는 해방 직후부터 쓰였지만 빨치산이 널리 쓰이는 것은 여순 이후다. 나중에 퍼진 말에서 먼저 있던 말이 나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두 단어는 어원이 다르되 소리가 닮아 서로를 끌어당겼다고 보는 편이 사실에 가깝다. 그리고 그 끌어당김이 오해를 낳았다 — 빨치산이라는 말 자체에는 이념도 지역도 담겨 있지 않은데(반공 빨치산도 있었고 산이 아닌 곳의 빨치산도 있었다), 한국에서는 "산에서 싸우는 빨갱이"라는 합성어처럼 읽히게 됐다. 어원의 오해가 사람을 가르는 기준이 된 셈이다.

이 사건은 파르티잔 · 빨치산 · 빨갱이 루트의 한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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