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빨치산"은 러시아어 партизан을 옮긴 말이고, 그 뿌리는 프랑스어 partisan이다. 정규군이 아니면서 한쪽 편에 서서 싸우는 사람. 1812년 나폴레옹에 맞선 러시아 파르티잔에서 군사 용어로 굳었고, 러시아 내전과 2차대전을 거치며 좌익의 색이 입혀졌다. 유럽에서 이 이름은 지금도 대체로 명예다 — 유고슬라비아는 파르티잔이 국가를 세웠고, 세르비아 축구팀 이름에 파르티잔이 붙어 있다.
1951년 10월 25일,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의 고려인들이 홍범도의 무덤에 철비를 세우며 한글로 "저명한 조선 빨찌산 대장 홍범도 묘"라고 새겼다. 같은 해 겨울, 지리산에서는 같은 단어가 사람을 죽여도 되는 이유였다. 이 자료집 3~5권의 경찰 보고서에서 산의 사람들은 enemy, reds, bandits, guerrillas로 불리고, 1·2권에서 그들은 스스로를 빨찌산, 유격대, 동무라고 부른다. 같은 사람들이 문서의 어느 쪽에 있느냐에 따라 다른 이름을 가졌다.
"빨갱이"가 "빨치산"에서 나왔다는 널리 퍼진 설명은 그대로 받기 어렵다. 어원은 두 갈래로 갈린다. 파르티잔→빨치산→빨갱이라는 계보와, 색 이름 "빨강"에 접미사가 붙은 파생. 뒤쪽이 한국어 규칙에 더 맞는다 — 노랑에서 노랭이, 파랑에서 파랭이가 만들어지는 방식이라 러시아어를 경유할 필요가 없다. 연대도 걸린다. 빨갱이는 해방 직후부터 쓰였지만 빨치산이 널리 쓰이는 것은 여순 이후다. 두 단어는 어원이 다르되 소리가 닮아 서로를 끌어당겼다고 보는 편이 사실에 가깝고, 그 끌어당김이 오해를 낳았다. 빨치산이라는 말 자체에는 이념도 지역도 담겨 있지 않은데 한국에서는 "산에서 싸우는 빨갱이"처럼 읽히게 됐다.
김득중의 『빨갱이의 탄생』(2009)은 여순사건 이후 이 말이 정치적 입장을 가리키는 말에서 "죽여도 되는 인간 범주"로 바뀌었다고 논증한다. 이 자료집의 두 기록은 그 전환이 문서에서 어떻게 보이는지를 보여준다. 경찰 보고서의 "reds"와 유격대 회의록의 "동무" 사이에, 1951년의 마을이 있었다. 이 단어의 200년을 지도 위에서 따라가는 것이 근현대 지도의 루트 「파르티잔 · 빨치산 · 빨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