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징옥 — 실록에는 호랑이가 없다, 마을의 이야기에만 있다

1453 10월 · 종성 · 경원 (함경북도)

얼어붙은 두만강가의 국경 성채와 말 탄 장수의 뒷모습, 눈 위에 숲으로 이어진 호랑이 발자국
AI 재현 실제 사진이 아니라 기록을 바탕으로 상상해 그린 그림

인터넷에서 이징옥은 척준경과 나란히 「한국사 최강의 무력」으로 불린다. 열 몇 살에 맨손으로 호랑이를 잡았다는 이야기가 따라붙는다.

그런데 조선왕조실록을 아무리 뒤져도 이징옥의 호랑이는 나오지 않는다. 이 편은 실록 속 이징옥과 이야기 속 이징옥을 나란히 놓아 본다.

실록 속의 장수

실록에 나오는 이징옥의 첫 싸움은 세종 때다. 경원에서 여진 백여 명이 쳐들어오자, 경원 첨절제사 이징옥이 도진무 김득해 등 여덟 명을 이끌고 달려가 쳤다. 적이 북쪽으로 물러나자 이징옥이 뒤쫓았다.

적 가운데 화살을 맞은 자가 스물셋이었고, 말과 안장을 셋씩 빼앗았다. 아군도 열 명 남짓이 화살을 맞았다.

세종은 이렇게 평했다. "징옥이 비록 크게 이기지는 못하였으나 적을 몰아붙여 무기를 버리고 달아나게 했으니 상줄 만하다."

실록 속 이징옥의 전공은 이렇게 담담하다. 그 뒤 그는 김종서와 함께 북쪽 국경을 맡아 오래 지켰다. 명나라 사신이 그를 두고 「이 재상은 북방 사람들도 모두 사랑하고 두려워한다」고 말했다는 기록이 있다. 함길도 관찰사가 그의 살림이 가난하고 아내가 죽은 지 오래라고 알리자, 임금이 옷 세 벌을 내린 기록도 있다.

대금 황제의 땅

1453년 수양대군이 김종서를 죽이고 권력을 잡았다. 계유정난이다. 김종서의 사람이던 이징옥에게 파직 통보가 내려왔고, 새 도절제사 박호문이 왔다.

이징옥은 박호문과 이야기를 나누다 서울의 사정을 다 알게 되었다. 죄를 면하지 못하리라 보고 길을 떠났다가, 육십 리쯤 가서 말을 돌려 한밤에 돌아왔다. 박호문은 큰 돌로 문을 막고 문틈으로 활을 쏘았지만, 이징옥을 따르던 장사가 지붕에 뛰어올라 쏘아 죽였다.

이징옥은 종성으로 가서 군사들 앞에 앉았다. 그리고 조서를 쓰게 하며 말했다.

"이 땅은 대금 황제가 일어난 땅이다. 때에는 옛날과 지금이 있으나 영웅은 다르지 않다."

대금은 여진이 세운 금나라다. 그는 여진의 땅에서 새 나라를 세우려 했다.

마지막 밤

그러나 그를 노리는 사람들이 곁에 있었다. 실록은 그의 마지막 며칠을 이렇게 적는다.

이징옥은 위험을 알고 활과 칼을 몸에서 떼지 않았다. 밤새 등불을 켜 두고 자지 않았고, 뜰에 작두를 벌여 놓아 군사들을 겁주었다.

종성의 절제사 정종이 말했다. "오늘은 몹시 추우니 군사들에게 술을 먹이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그에게 잔을 올렸다. 이징옥이 마시려는 순간, 정종이 신호를 보냈다. 군졸들이 북을 치며 일제히 활을 쏘았다.

이징옥은 화살을 맞고 부엌으로 달려 들어갔다. 사람들이 쫓아가 그를 죽였다. 그의 아들 셋도 함께 죽었다.

이야기 속의 장수

그럼 호랑이는 어디서 왔을까.

경남 양산은 이징옥의 고향이다. 이곳에는 그에 관한 이야기가 여럿 전한다. 그 가운데 하나는 이렇다.

어머니가 형 이징석과 이징옥에게 산 멧돼지를 잡아 오라고 했다. 형은 멧돼지를 쏘아 죽여서 지고 왔다. 동생은 사흘 동안 멧돼지를 쫓아 지칠 대로 지치게 만든 다음, 산 채로 몰고 왔다.

또 하나는 열여섯 살 때 김해에서 호랑이를 사로잡아 김해부사에게 가져갔다는 이야기다.

이 두 이야기는 임진왜란 무렵의 문인 차천로가 쓴 『오산설림초고』에도 실려 있다. 조선 중기에는 이미 이런 이야기가 돌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마을의 이야기는 그 뒤로도 자랐다. 멧돼지를 몰고 온 아들에게 어머니가 「너는 대장군이 되겠다」 하자, 이징옥이 「황제가 되고 싶다」고 답해 꾸중을 들었다는 뒷이야기가 붙었다. 『오산설림초고』에는 이 황제 대목이 없다. 그가 대금 황제를 칭했다는 사건이 거꾸로 어린 시절 이야기에 들어간 것으로 본다.

맨손으로 호랑이를 잡았다는 이야기의 문헌 출처는 찾지 못했다. 오늘 인터넷에 도는 「맨손 호랑이」는 드라마 대사에서 퍼진 것으로 보인다.

이 이야기의 근거

정사와 야담이 뚜렷이 나뉜다. 경원의 싸움, 거병, 최후는 세종실록·단종실록에 있다. 실록에는 그의 힘을 자랑하는 이야기가 없다. 호랑이와 멧돼지 이야기는 『오산설림초고』와 양산 지역의 구전으로 전한다. 그의 거병은 승자인 세조 쪽의 실록에 적혔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뒷날 채제공은 그의 목적이 단종을 위한 것이었다고 보기도 했다.

실록이 담담하게 적은 장수를 마을 사람들은 호랑이를 잡는 장사로 기억했다. 둘 가운데 어느 쪽이 그 사람에 더 가까울까.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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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역사 속 소드마스터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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