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녕자 — "나를 알아준 사람을 위해 죽는다", 아버지와 아들과 종이 차례로 적진에 들어갔다

647 10월 · 무산성 · 감물성 · 동잠성

눈 날리는 겨울 들판에서 백제군 진영으로 홀로 말을 달려 들어가는 신라 무사, 뒤따르는 젊은 기수와 종
AI 재현 실제 사진이 아니라 기록을 바탕으로 상상해 그린 그림

삼국사기 열전은 그를 이렇게 소개한다. 「비녕자는 고향과 집안을 알 수 없다.」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가 죽은 장면은 대사 하나까지 남아 있다.

추운 겨울이 되어야

진덕여왕이 즉위한 해 겨울, 백제가 큰 군대로 신라의 무산성, 감물성, 동잠성을 쳤다. 김유신이 보병과 기병 1만을 이끌고 막으러 갔다. 그런데 백제군이 워낙 거세어 신라군은 지치고 기가 꺾였다.

김유신은 비녕자에게 적진 깊이 들어갈 뜻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를 불러 말했다.

"추운 겨울이 된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드는 줄 안다고 했다. 오늘 일이 급하다. 그대가 아니면 누가 떨쳐 나서서 군사들의 마음을 일으키겠는가."

그리고 그와 함께 술을 마시며 정성을 보였다.

비녕자가 답했다.

"이 많은 사람 가운데 오직 저에게 일을 맡기시니 저를 알아주신 것입니다. 마땅히 죽음으로 갚겠습니다."

종에게 남긴 말

나가기 전에 비녕자는 종 합절을 불렀다.

"나는 오늘 위로는 나라를 위해, 아래로는 나를 알아준 이를 위해 죽는다. 내 아들 거진은 어리지만 씩씩한 뜻이 있어 반드시 나를 따라 죽으려 할 것이다. 아비와 아들이 함께 죽으면 집안사람들은 누구를 의지하겠느냐. 너는 거진과 함께 내 뼈를 거두어 돌아가 어미의 마음을 위로하여라."

말을 마치자 그는 말을 채찍질하고 창을 가로 들고 적진으로 뛰어들었다. 몇 사람을 쳐 죽이고 그 자리에서 죽었다.

아들과 종

아들 거진이 그것을 보고 따라가려 했다. 합절이 말렸다.

"지금 아버님의 명을 저버리고 어머님의 사랑을 버리시면 효도라 할 수 있겠습니까."

거진이 말했다. "아버지가 죽는 것을 보고 구차하게 살아남는 것이 어찌 효자이겠느냐."

거진은 칼로 합절의 팔을 쳐서 꺾어 버렸다. 그리고 적진으로 달려가 싸우다 죽었다.

여기서 흔히 잘못 전해지는 대목이 있다. 합절이 팔이 잘린 채 싸웠다는 이야기다. 원문은 그렇지 않다. 거진이 자기를 말리는 합절의 팔을 쳐서 떼어 놓은 것이다.

합절이 말했다. "내가 섬기던 하늘이 무너졌으니 죽지 않고 무엇을 하겠는가."

합절도 칼을 맞대고 싸우다 죽었다.

그 뒤

세 사람이 죽는 것을 본 신라 군사들이 모두 떨쳐 일어나 싸웠다. 백제군을 크게 무찌르고 3천여 명의 목을 베었다.

김유신은 세 사람의 시신을 거두어 옷을 벗어 덮어 주고 몹시 슬피 울었다. 왕도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 세 사람을 반지산에 예를 갖추어 함께 묻고, 처자와 일가에 후한 상을 내렸다.

세 사람 가운데 둘은 칼을 썼고 하나는 창을 썼다. 몇 사람을 베었는지는 「몇 사람」이라고만 적혀 있다. 이 이야기에서 기록이 정말 남기고 싶었던 것은 칼 솜씨가 아니라, 한 사람이 죽음으로 군대 전체의 마음을 바꾼 장면이었다.

이 이야기의 근거

정사. 삼국사기 열전 「비녕자」와 신라본기 진덕왕 원년 10월. 본기에는 비녕자와 거진만 나오고 합절은 열전에만 나온다.

무산성은 지금의 전북 무주 무풍 일대로, 감물성과 동잠성은 경북 김천 일대로 본다. 백제군의 규모를 두고는 지금도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갈린다.

김유신은 비녕자에게 술을 따르며 무엇을 부탁한 것이었을까. 이기는 싸움이었을까, 아니면 한 사람의 죽음이었을까.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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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역사 속 소드마스터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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