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를 이긴 재판들 — 판결보다 빨리 끝나는 것들

2024 11월 14일 · 서울 대법원

이 사건들이 보여주는 것은, 재판의 기간이 처벌의 실질적 무게를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의 임기는 4년이다. 재판이 그보다 오래 걸리면, 유죄가 확정되어 의원직을 상실하더라도 잃을 임기가 남아 있지 않다. 실제로 그렇게 된 사건들이 있다.

윤미향 전 의원은 2020년 9월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됐고, 대법원 확정 판결(징역 1년 6개월·집행유예 3년)은 2024년 11월 14일에 나왔다 — 기소부터 4년 2개월. 그 사이 4년의 의원 임기는 2024년 5월에 만료됐다. 확정 판결이 상실시킬 의원직이 이미 없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2019년 12월~2020년 1월 기소됐고, 확정 판결(징역 2년)은 2024년 12월 12일 — 약 5년 뒤였다. 그 사이 조국은 2024년 3월 조국혁신당을 창당하고 4월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확정으로 의원직을 상실했지만, 그것은 재판 중에 새로 얻은 의원직이었다. 기소 당시 심급별 기한이 지켜졌다면 존재할 수 없었던 정치 경력이다.

최강욱 전 의원은 2020년 1월 기소됐고 확정 판결(징역 8개월·집행유예 2년)은 2023년 9월 — 3년 8개월 뒤였다. 21대 국회 임기 4년의 대부분을 재판 중에 수행했다.

한명숙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사건은 2010년 7월 기소, 2015년 8월 확정 — 5년 1개월이 걸렸다. 그 사이 2012년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됐고, 확정 시점에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 사건들에서 피고인들이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켰다고 단정할 근거는 이 글에 없다 — 장기화의 원인은 사건마다 다르고, 증거 다툼이 치열한 사건은 오래 걸리는 것이 자연스럽기도 하다. 기록할 수 있는 것은 결과다: 재판이 임기를 이기면, 유죄 확정의 실질적 효과는 그만큼 줄어든다. 이 지연이 이 사건들에서 유리하게 작용한 쪽은 결과적으로 민주당 계열이었다 — 다음 글에서 다룰 곽상도 전 의원의 항소심처럼, 검찰의 재기소로 재판 자체가 통째로 멈춘 보수 정당 계열의 사건도 존재한다. 지연이 누구에게 유리했는지를 세는 것보다 중요한 질문은, 애초에 재판이 이렇게까지 늘어질 수 있게 만드는 절차상의 빈틈이 무엇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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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권력과 시간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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