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이 보여주는 것은, 법이 정한 기한이 재판부의 재량 앞에서 얼마나 쉽게 무력화될 수 있는가다.
2019년 4월, 국회에서 선거법·공수처법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싸고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다.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보좌진이 국회 의안과 사무실과 회의장을 점거해 법안 접수와 회의 개최를 막고,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을 의원실에 감금한 사건이다. 검찰은 2020년 1월 2일 나경원 전 원내대표, 황교안 전 대표 등을 특수공무집행방해, 국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1심 선고는 2025년 11월 20일에 나왔다. 법원에 사건이 접수된 지 정확히 2,150일 — 5년 10개월 만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26명 전원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나경원 의원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으로 벌금 2,000만 원과 국회법 위반으로 벌금 400만 원을, 황교안 전 대표에게 합계 벌금 1,900만 원을, 송언석 원내대표에게 합계 벌금 1,150만 원을 선고했다. 국회법 위반 벌금이 500만 원 미만이어서 현역 의원들의 의원직은 유지됐다. 검찰은 11월 27일 "장기화된 분쟁을 최소화할 필요"를 들어 항소를 포기했고, 나경원·윤한홍 의원과 황교안 전 대표 등 일부 피고인은 항소했다.
재판이 진행된 5년 10개월 사이에 제21대 총선(2020), 제8회 지방선거(2022), 제22대 총선(2024)이 치러졌다. 피고인 가운데 나경원·이철규·김정재·송언석·윤한홍·이만희는 국회의원에, 김태흠은 충남지사에, 이장우는 대전시장에 당선됐다. 재판이 신속히 진행됐다면 형에 따라 피선거권이 제한될 수 있었던 피고인들이, 판결이 나오기 전에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 고발인 중 한 명인 하승수 변호사는 이를 "희대의 재판 지연"이라 불렀고, 판결 전 유권자가 피고인들의 범죄행위 여부를 알 수 없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지연의 원인으로는 피고인들의 잦은 불출석이 지목됐다. 기일은 9차례 연기됐고, 2025년 재판에서 황교안 전 대표는 "기일을 착각했다"며 불출석했으며, 나경원 의원은 출석 5분 만에 대선 경선 참여를 이유로 법정을 떠났다 — 재판장이 "이런 식이면 또 1년이 지연된다"고 말한 사실이 보도됐다. 재판 도중이던 2024년에는 나경원 의원이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이 사건의 공소 취소를 청탁했다는 사실이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드러나 논란이 됐다 — 나 의원은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했고, 한 전 장관은 "신중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같은 국회법·특수공무집행방해 사건이라도 일반 시민이 관공서를 점거했다면 이 속도로 재판받았을지 — 이 질문이 이 사건이 남긴 것이다. 함께 기소됐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박범계·박주민 등)의 재판도 같은 5년 10개월을 함께 겪었다 — 이 사건의 지연은 특정 정치인이 아니라 그 법정 자체의 것이었다는 뜻이다. 6·3·3 원칙이 정한 1심 6개월이 2,150일로 늘어나는 데 필요한 것은 여야 담합이 아니라, 그저 기일 변경을 반복해서 받아들이는 재판부만 있으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