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2개월과 36일 — 한 사건 안의 두 속도

2025 5월 1일 · 서울 대법원

이 사건이 보여주는 것은, 법원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나 빨리 움직일 수 있는가다 — 그리고 그 빠름이 왜 논란이 되는가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하나의 사건 안에서 재판 속도가 얼마나 극단적으로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사건의 파기환송심은 이 글을 쓰는 시점(2026년 7월) 현재 무기한 연기 상태다 — 아래는 그 시점까지 확정된 사실의 시간표다.

검찰은 2022년 9월 8일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을 대선 과정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했다. 공직선거법 제270조가 정한 1심 기한은 6개월이지만, 서울중앙지법의 1심 선고(징역 1년·집행유예 2년)는 2024년 11월 15일 — 2년 2개월 만에 나왔다. 법정 기한의 4배가 넘는 지연이다. 2심 서울고법은 2025년 3월 26일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의 속도는 정반대였다. 검찰이 3월 27일 상고장을 내자, 조희대 대법원장은 4월 22일 사건을 소부에 배당한 지 약 2시간 만에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당일 첫 합의기일을 열었다. 통상 한 달에 한 번 여는 합의기일이 사흘 사이 두 번 열렸고, 5월 1일 — 상고장 접수 35일, 2심 선고 36일 만에 — 대법관 10 대 2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선고됐다. 대선(6월 3일)을 한 달 앞둔 시점이었다. 대법원 스스로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선거법 상고심의 평균 처리 기간은 2024년과 2025년 상반기 모두 3.1개월(약 92~94일)이었고, 2002년 이후 35일 미만에 처리된 파기환송 판결은 이 사건을 포함해 다섯 건뿐이다.

대법원의 설명은 이렇다 — 하급심이 선거법의 기한과 달리 지나치게 지연됐고(총 약 2년 6개월),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실시돼 대선 임박 시점의 심리가 불가피했으며, 선고 시점은 "대법관들의 치열한 검토에 의해 정해진 것"이니 정치적 의혹이 아니라 법적 관점에서 평가해 달라. 6·3·3 원칙을 뒤늦게라도 지키려 했다는 취지다. 반대의견을 낸 대법관 2명은 "전원합의체의 요체는 설득과 숙고이며 재판의 신속은 절대적 가치가 아니"라고 반박했고, 현직 판사들이 법원 내부망에 "30여 년 법관 생활에서 보지 못한 초고속 절차",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 다른 사례가 거의 없다"는 실명 비판을 올렸다. 민주당은 판결을 사법의 선거 개입으로 규정해 대법원장 청문회와 사법개혁 드라이브로 맞섰고, 국민의힘은 2심 무죄야말로 편향이었다며 대법원 판단을 옹호했다.

파기환송심은 5월 15일로 첫 기일이 잡혔다가 대선 뒤로 변경됐고,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인 6월 9일 "추후 지정"으로 무기한 연기됐다 — 재직 중 대통령은 내란·외환의 죄를 제외하고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 제84조의 해석이 근거로 거론된다.

시간표만 남긴다. 법정 기한 6개월의 1심은 2년 2개월이 걸렸고, 평균 3개월의 상고심은 36일 만에 끝났으며, 파기환송심은 당선과 함께 멈췄다. 하나의 사건 안에서 법원은 세 번 다른 속도로 움직였다 — 6·3·3 원칙이 애초에 지켜지지 않는 하급심의 관성과, 그 원칙을 뒤늦게라도 지키겠다며 이례적으로 밟은 대법원의 가속과, 헌법상 불소추 특권 앞에서 멈춘 파기환송심. 세 속도 모두 나름의 절차적 근거를 대법원과 법원 스스로 제시했다는 점이 이 사건을 더 무겁게 만든다 — 규정을 어긴 것이 아니라, 규정 안에서도 이만큼 다른 속도가 가능했다는 사실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출처

이 글은 권력과 시간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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