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주인공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이 이름은 조선왕조실록에 나온다.
연산군 6년
1500년 10월, 『연산군일기』에 이런 기사가 실려 있다.
강도 홍길동을 잡았으니 기쁨을 이길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이 영의정 등의 입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무리를 끝까지 찾아내 뒤탈이 없게 하자는 논의가 이어진다.
한 도적을 잡은 일을 두고 조정의 최고위 관료들이 기뻐하고 후속 조치를 논의한 것이다. 보통 규모의 도적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그가 한 일
실록에서 확인되는 내용은 이렇다.
그는 충청도 일대에서 활동했다. 무리를 이끌었고, 그 규모가 상당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그가 당상관 차림을 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높은 벼슬아치의 옷을 입고 관청을 드나들며 관리들과 어울렸다.
그리고 엄귀손이라는 실제 당상관이 그와 결탁해 있었다. 엄귀손은 이 일로 처벌받았고 그 과정에서 재산이 부당하게 불어난 것이 드러났다.
그러니까 실제 홍길동은 산속에 숨은 도적이라기보다, 관과 연결되어 움직인 조직의 우두머리에 가깝다.
그 뒤 백 년
홍길동이 잡힌 뒤에도 그 이름은 사라지지 않았다.
중종 대와 명종 대의 기록에서, 도적이 성한 것을 이야기할 때 홍길동의 이름이 계속 인용된다. 그가 잡힌 지 수십 년이 지난 뒤에도 그렇다.
하나의 사례가 아니라 하나의 상징이 된 것이다.
소설
한글소설 『홍길동전』은 그로부터 백 년 넘게 지난 뒤에 나온다.
서얼로 태어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사람이 집을 떠나 활빈당을 만들고, 부패한 관리의 재물을 빼앗아 백성에게 나눠주고, 마침내 율도국이라는 새 나라를 세운다는 이야기다.
이 소설을 허균이 지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근거는 이식이라는 사람의 문집에 실린 한 줄이다. 허균이 홍길동전을 지었다는 언급이다.
최근에는 이 근거만으로 저자를 확정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제기되었다. 다만 다수는 여전히 허균 저작으로 본다.
두 사람 사이
실제 홍길동은 관리의 옷을 입고 다니며 벼슬아치와 결탁한 도적이었다.
소설의 홍길동은 신분 때문에 억눌린 사람이 세상을 바로잡으려 하는 인물이다.
같은 이름인데 방향이 다르다. 앞 편의 전우치도 그랬다.
조선의 이야기꾼들은 실재했던 도적의 이름을 가져다가 전혀 다른 사람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새로운 사람이 훨씬 오래 살아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