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2월 23일, 아키히토 천황은 예순여덟 번째 생일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간무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에 기록되어 있어 한국과의 인연을 느낀다고. 일본 천황이 공식 석상에서 백제와의 혈연을 말한 것은 처음이었다. 일본 언론 대부분은 이 발언을 크게 다루지 않았고, 한국에서는 크게 보도됐다.
속일본기의 그 기록은 간무천황의 어머니 다카노노 니가사가 백제 무령왕의 아들 순타태자의 후손이라는 내용이다. 무령왕에서 백 년쯤 뒤로 이어지는 계보이고, 그 사이에 여러 대가 놓여 있다. 그러니 이 한 줄로 천황가가 백제 왕가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고, 반대로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하는 것도 지나치다. 이 기록이 말해 주는 것은 6세기 백제와 왜 사이에 사람과 피가 실제로 오갔다는 사실, 그리고 그 사실이 8세기 일본의 공식 사서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이 시리즈를 여기서 맺는 이유가 있다. 우리는 일본서기가 무령왕의 출생을 정확히 적었음을 확인했고, 같은 책이 백제와 왜의 관계를 뒤집어 적었음도 확인했다. 사료는 통째로 참이거나 통째로 거짓이 아니다. 어느 대목이 어디서 왔는지를 따져 읽는 일, 그것이 왜곡에 맞서는 유일한 방법이다.
남는 질문 하나. 무령왕은 왜로 가는 배 위에서 태어나 왜에서 자랐고, 마흔에 백제 왕이 되었으며, 왜에 거울을 보냈고, 그 후손이 일본 왕실의 계보에 이름을 남겼다. 그는 어느 나라 사람이었을까. 지금의 국경으로 고대의 사람을 나누는 일이 과연 가능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