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아들, 알에서 태어난 왕 — 초원의 건국신화 문법

-37 · 졸본(오늘날 중국 랴오닝성 환런 일대)

주몽 이야기를 뼈대만 남기고 간추리면 이렇다. 아버지는 하늘에서 내려온 해모수, 어머니는 물의 신 하백의 딸 유화. 주몽은 사람이 아니라 알로 태어났고, 활 솜씨가 너무 뛰어나 시기를 받아 목숨을 걸고 달아났으며, 큰 강에 길이 막히자 "나는 하늘의 아들이요 물의 신의 외손"이라 외쳤고, 그러자 물고기와 자라가 떠올라 다리를 놓아주었다. 강을 건넌 그는 졸본 땅에 나라를 세웠다 — 고구려다.

이제 이 뼈대를 들고 초원을 여행해보자. 몽골에는 알랑고아라는 어머니의 이야기가 전해진다(몽골의 옛 역사책 몽골비사에 실려 있다). 남편이 죽은 뒤에도 아들 셋을 더 낳았는데, 밤마다 천막 틈으로 빛나는 이가 들어와 배를 어루만지고 새벽이면 노란 개처럼 빠져나갔다고 — 그 빛의 아이들 중에서 훗날 칭기즈칸의 조상이 나왔다고 전한다. 흉노의 임금은 자신을 "탱리고도선우"라 불렀는데, 한나라 역사서가 친절하게 풀이를 달아두었다. 탱리는 하늘, 고도는 아들 — 곧 "하늘의 아들"이라는 뜻이다. 남쪽으로 내려와도 마찬가지다. 신라의 박혁거세도, 가야의 김수로도 알에서 태어났다고 전한다. 하늘에서 온 아버지, 알이나 빛으로 태어나는 비범한 출생, 쫓기는 도주, 짐승이나 자연이 길을 열어주는 강 건너기, 그리고 새 땅의 건국 — 헝가리 평원에서 한반도 남쪽 끝까지, 같은 문법의 이야기가 초원이라는 고속도로를 따라 점점이 박혀 있다.

이것이 그냥 옛날이야기가 아니라는 증거가 돌에 새겨져 남아 있다. 광개토대왕릉비 — 고구려가 스스로를 세상에 선포한 공식 문서 — 는 첫머리를 이렇게 연다. "옛날 시조 추모왕(주몽)이 나라를 세우셨는데, 북부여에서 나셨으며 천제(하늘 임금)의 아들이요 어머니는 하백의 따님이었다. 알을 가르고 세상에 나오셨다." 건국신화가 곧 국가의 자기소개였던 것이다. 하늘의 아들이라는 선언은 초원 세계의 공용어였고, 고구려는 그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나라였다.

다만 여기서도 5편에서 그었던 선을 다시 긋는다. 이야기의 문법을 공유한다는 것과 혈통을 공유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흉노와 고구려가 같은 건국 문법을 쓴다고 해서 흉노가 우리 조상인 것은 아니다 — 오늘날 프랑스와 한국이 같은 민주주의의 문법을 쓴다고 해서 두 나라가 한 핏줄이 아닌 것과 같다. 이야기는 핏줄보다 훨씬 가볍게, 훨씬 멀리 이동한다. 사람이 오가고 물건이 오가는 길 위에서 이야기는 가장 발 빠른 여행자였다.

그렇다면 왜 하필 이 문법이었을까. 하늘을 아버지로 두는 상상은, 어디로 이동해도 머리 위에 똑같이 펼쳐져 있는 것이 하늘뿐인 사람들에게 자연스러운 것이었는지 모른다. 땅은 두고 떠나야 하지만 하늘은 늘 따라온다. 그리고 알과 빛과 강 건너기는,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않은 채 새 땅에서 시작해야 했던 집단이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정당화의 이야기였을 것이다 — 우리는 이 땅에서 나지 않았지만, 하늘에서 왔으므로 어느 땅에서든 왕이 될 수 있다고. 이 문법을 가장 능숙하게 쓴 나라들이 초원과 농경지대 사이, 어느 쪽도 아닌 자리에 서 있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다음 편에서 그 "사이의 나라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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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움직이는 인간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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