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동조론 — 깎아내리기와 치켜세우기가 만나는 자리
주장
일선동조론(日鮮同祖論)은 일본과 조선이 원래 같은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하나의 민족이므로, 일본이 조선을 병합하는 것은 침략이 아니라 본래 하나였던 것을 되돌리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근거로는 『일본서기』 신대기에서 스사노오노미코토가 고천원에서 쫓겨나 신라 땅 소시모리(曾尸茂梨)에 내려왔다가 이즈모로 건너갔다는 기록, 신공황후의 이른바 삼한 정벌 기사, 그리고 임나일본부설이 함께 동원됐다. 병합 직후부터 총독부와 관학이 적극적으로 유포했고, 조선인을 일본인으로 동화시키는 정책의 이론적 근거가 되었다.
반박
이 주장의 성격은 그 논리 구조를 뜯어보면 드러난다. 식민사관의 다른 축인 타율성론과 정체성론은 조선을 스스로 아무것도 못 하는 열등한 존재로 깎아내린다. 그런데 일선동조론은 정반대로 조선의 고대사를 일본 신화와 직접 이어 붙여 격을 올려준다. 방향이 정면으로 어긋나는 두 논리가 한 지배 체제 안에서 동시에 유통된 것이다.
왜 그랬는지는 일본이 처했던 곤란을 보면 알 수 있다. 대륙의 선진 문물이 한반도를 거쳐 일본으로 들어왔다는 것은 일본 스스로 오래 인정해온 사실이었다. 그런데 식민 지배의 명분은 조선이 열등하다는 데 있었다. 문화를 물려준 쪽이 열등하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그 모순을 봉합한 것이 일선동조론이다. 한반도의 상층 집단만이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을 이루었고 남은 자들은 미개해졌으며, 이제 일본이 돌아와 원래의 것을 되살려준다는 서사다. 여기서 깎아내리기와 치켜세우기가 하나로 맞물린다. 특정 지역과 특정 계통만 골라 신비화하고, 나머지 전체를 그만큼 더 낮추는 방식이다.
사료 자체도 이 주장을 지탱하지 못한다. 『일본서기』는 사건보다 수백 년 뒤인 8세기에 천황가의 정통성을 세우려고 편찬된 사서로, 연대 조작과 과장이 심해 엄격한 사료비판 없이는 쓸 수 없다는 것이 한일 양국 학계의 공통 전제다. 스사노오 강림 기사는 신대기, 곧 신화 부분에 실린 내용이며 역사 기록으로 다룰 성격이 아니다. 함께 동원된 임나일본부설은 2010년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에서 통치기구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는 데 양국 학자들이 합의하며 학계에서 폐기됐다.
주의할 점이 하나 더 있다. 깎아내리는 왜곡은 반발을 부르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식별된다. 그러나 치켜세우는 왜곡은 듣는 쪽에 자부심을 주기 때문에 저항 없이 스며든다. 다음 두 편에서 볼 춘천과 의성의 사례가 그 증거다 — 춘천에서는 신화 비정이 신사 건립과 신체 발굴로 이어졌고, 의성에서는 주재소 관리가 쓴 책의 내용이 지금 그 지역의 자랑으로 남아 있다.
출처
- [단행본] 일본서기 신대기 상 · 제8단 일서(一書)
- [정부·공공기관]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 제2기 보고서(고대사 분과)
- [기록보존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일선동조론 / 식민사관
이 글은 역사왜곡에 맞서다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