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칸이 된 중원의 황제

630 · 중국 시안

630년 당이 동돌궐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당 태종은 초원 부족들로부터 "하늘의 칸"이라는 칭호를 받는다. 중원의 황제가 동시에 초원의 군주가 된 것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당의 성격 자체에 있다. 황제의 가문은 선비계 혈통과 섞여 있었고, 군대는 초원식 기병 운용을 썼으며, 관료제는 중원식이었다. 당의 개방성은 흔히 관용의 결과로 설명되지만, 그 출신의 결과로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그러나 이 이중 지위는 오래가지 못했다. 복속했던 동돌궐은 50년 만에 다시 일어나 제2제국을 세웠고, 그때 세운 비석에 복속기를 뼈아프게 기록했다. 초원은 정복되어도 사라지지 않았다.

한 세기 뒤 당은 반대 처지가 된다. 내란이 일어나자 위구르에 진압을 요청했고, 그 대가로 해마다 막대한 비단을 보내고 말을 비싸게 사들였다. 형식은 조공과 책봉이었지만 실질은 군사 용역과 무역 협정이었다. 같은 해 토번은 당의 수도를 잠시 점령했다.

한반도에는 이 구도가 직접 닿았다. 초원이 당에 넘어가자 고구려는 북쪽 우군을 잃고 대규모 원정을 맞았다. 반대로 토번이 서쪽에서 당을 압박한 것은 당이 한반도에서 손을 떼게 만든 이유 중 하나였다. 나당전쟁에서 신라가 버틸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고원의 이 제국이 있었다.

한 나라의 운명이 수천 킬로미터 밖 세력의 움직임에 좌우된다면, 그 나라의 역사를 그 나라만 놓고 설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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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초원 제국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