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명이 제국을 무너뜨렸다는 이야기

1521 · 멕시코 멕시코시티

1519년 수백 명이 멕시코 해안에 상륙했고, 2년 뒤 중앙 멕시코의 대제국 수도가 함락되었다. 1532년에는 더 적은 인원이 안데스의 제국을 무너뜨렸다.

이 이야기는 오랫동안 소수의 대담함과 우월한 무기로 설명되었다. 그 설명은 대부분 정복자들이 직접 쓴 보고서에서 왔다. 왕에게 공을 인정받아야 했던 사람들의 기록이다.

실제로 작동한 것은 세 가지였다.

첫째, 동맹이다. 아즈텍은 주변 도시들에서 공물과 제물을 받는 지배 구조였고, 그 불만이 컸다. 정복자들과 함께 싸운 원주민 병력은 수만 명 규모였다. 이들에게 이 전쟁은 외부 세력의 침입이 아니라 지역 패권을 둘러싼 오랜 다툼의 연장이었다.

둘째, 내전이다. 안데스에서는 형제 사이의 왕위 다툼이 막 끝난 참이었다. 이긴 쪽도 나라가 갈라진 상태였고, 진 쪽의 세력은 새로 온 자들과 손을 잡았다.

셋째,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전염병이다. 천연두가 수도를 휩쓴 것은 함락 1년 전이었다. 면역이 없던 인구에서 치명률이 극히 높았고, 지도자와 지휘 계통이 무너졌다. 안데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인구 감소 규모는 추정 폭이 극히 커서 하나의 숫자로 말할 수 없다. 대륙 전체 인구 자체가 학자마다 몇 배 차이로 추정된다. 다만 대규모 감소가 있었다는 점, 주된 원인이 전염병이었다는 점, 그 위에 강제 노동과 폭력과 공동체 해체가 겹쳤다는 점은 다투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적는 이유가 있다. 전염병을 강조하면 폭력의 책임이 흐려진다는 지적이 있고, 타당하다. 그러나 소수의 정복자가 대제국을 무너뜨렸다는 이야기를 그대로 두면 다른 문제가 생긴다 — 그 이야기는 정복당한 쪽을 무능하게 그리고, 정복을 필연으로 만든다. 실제로는 우연과 질병과 현지의 정치가 겹친 결과였다.

한 사건을 설명하는 방식이 그 사건의 책임 소재까지 정한다면, 우리는 어떤 설명을 골라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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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스페인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