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섬을 2년간 점령한 나라

1885 · 전남 거문도

1885년 4월, 영국 함대가 전라남도 앞바다의 작은 섬을 점령했다. 조선에 통보한 것은 점령한 뒤였다. 병사들이 주둔하고 시설을 세웠으며, 철수한 것은 1887년 2월이다.

이유는 조선에 있지 않았다. 전해에 조선과 러시아 사이에 조약이 맺어졌고, 영국은 러시아가 이 방면으로 남하해 부동항을 얻는 것을 막으려 했다. 같은 시기 중앙아시아에서 두 나라가 국경을 두고 충돌 직전까지 간 상태였다 — 러시아 편에서 본 그 대치의 극동판이 이 섬에서 벌어진 것이다.

조선의 영토가 조선과 무관한 두 나라의 경쟁 때문에 2년 가까이 점거되었다. 조선 정부는 항의했지만 물리력이 없었고, 결국 청이 중재에 나서 러시아가 조선 영토를 점령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 내면서 영국이 물러난다. 한 나라의 영토 문제가 그 나라를 빼고 세 나라 사이에서 정리된 것이다.

17년 뒤인 1902년, 영국과 일본이 동맹을 맺는다. 그 조약은 일본이 한반도에서 갖는 특수한 이익을 인정했다. 영국은 러시아를 견제할 파트너가 필요했고 일본은 국제적 승인이 필요했다. 서로의 필요가 맞은 거래였고, 그 대가를 한반도가 치렀다.

1905년의 순서를 보면 분명해진다. 7월 미국과 일본이 서로의 세력권을 양해했고, 8월 영일동맹이 갱신되며 일본의 한반도 지도권을 다시 확인했으며, 9월 포츠머스에서 러시아가 같은 것을 인정했다. 11월에 을사늑약이 강요된다. 조약에 앞서 국제적 승인이 이미 갖추어져 있었다.

이 대목에서 영국을 특별히 악하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당시 열강은 모두 같은 문법을 썼다 — 자국의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의 운명을 서로 승인해 주는 방식이었다. 다만 그 문법이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아야, 「국제 사회의 승인」이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다.

한 나라의 운명이 그 나라가 참여하지 않은 협상들로 정해질 때, 국제 질서라는 말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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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대영제국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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