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항소이유서 ⑤ 고문으로 짜낸 자백, 날조된 공소사실

1985 5월 27일 · 서울형사지방법원

원문

경찰은 본 피고인들이 폭행법을 위반하였다는 증거를 바로 그 폭행법을 위반하여 짜낸 것입니다.

항소이유서 5편(경찰·검찰 수사 비판 장) 중 고문 수사를 지적한 대목.

왜 이 문장인가

이 장은 검찰이 경찰 발표를 뒷받침하는 데만 급급했다는 지적으로 시작해, 사건 발생 한 달 뒤 관악경찰서 수사관들이 두 학생(김도형·손택만)에게 가혹행위를 가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허위자백을 얻어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적시한다. 폭력행위처벌법 위반 혐의의 증거 자체가 그 법을 위반한 고문으로 만들어졌다는 역설을 지적한 뒤, "법 앞의 평등" 문제로 논의를 확장한다 — 학생을 고문한 경찰관이 처벌받은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다는 점과, 1984년 5월 광주항쟁 추모집회 후 귀가하던 임산부가 경찰의 발길질에 태아를 사산했음에도 검찰이 수사조차 개시하지 않은 사례를 대비시킨다. 다만 이 장은 정권 비판에 머무르지 않는다 — 후반부에서는 학생들의 폭행 자체는 "비폭력주의에서 명백히 이탈한 행위"라 규정하고, 폭행 당사자들이 스스로 책임지지 않은 점도 "윤리적 결함"이라 인정한다. 그러면서 폭행과 무관한 총학생회장 이정우가 스스로 모든 책임을 떠안고 항소를 포기한 일을 "아름다운 행위"로 평가하며, 자신이 감금에 찬동하고 직접 조사에 관여한 부분은 "법률을 어긴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며 그에 따른 책임이라면 흔쾌히 감수할 것"이라 밝힌다 — 인정할 책임과 부인할 책임의 경계를 스스로 정밀하게 긋는 대목이다.

출처

관련 콘텐츠

이 글은 유시민 항소이유서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