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전의 사람들 — 김유신 세 권과 계백의 한 쪽

1145 · 황산벌 · 아차산 · 왜국

열전 10권에는 예순아홉 사람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리고 그 목차 자체가 김부식의 가치관을 드러낸다. 첫째, 김유신 혼자 세 권이다 — 사마천의 사기에서도 한 사람이 세 권을 차지한 예는 없다. 신라 통일의 주역에게 바쳐진 이 파격은, 5편에서 본 신라 정통론이 인물 서술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의 가장 선명한 증거다. 둘째, 실린 사람의 절반 가까이가 나라를 위해 죽은 이들이다. 관창, 계백, 박제상, 온달... 이 책의 열전은 사실상 순국자의 전당이다 — "어떤 일이 있어도 왕과 나라를 받들어야 한다"는 것이, 국가의 멸망을 목격하고 반란을 진압한 재상이 후세에 남기고 싶었던 단 하나의 교훈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그 국가주의의 전당 안에, 뜻밖의 방들이 있다. 온달전 — 바보라 놀림받던 사내와 울보 공주가 부부가 되어, 사내는 고구려의 장군이 되고 아단성 아래에서 화살에 맞아 죽는데, 관이 움직이지 않다가 공주가 와서 어루만지자 비로소 떠난다. 도미전 — 백제의 평범한 백성 부부가 왕의 폭력에 맞서 서로에 대한 신의를 지키다 눈이 뽑히고 배에 실려 떠내려가는 이야기. 왕을 정면으로 고발하는 이야기가 왕조의 정사에 실렸다. 설화를 걷어냈다던 유교적 합리주의자의 책에서, 우리는 뜻밖에 이야기꾼 김부식을 만난다 — 그도 좋은 이야기 앞에서는 붓을 거두지 못했던 것이다.

어떤 열전은 그 자체로 유일한 보존고다. 을지문덕전에는 그가 수의 장수 우중문에게 보낸 다섯 자 넉 줄의 시가 실려 있다 — 현전하는 고구려인의 육성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신라 후예의 책 덕분에 살아남았다. 박제상전에는 왜국에 붙잡힌 신라 충신의 마지막 말이 남았다 — 차라리 계림의 개돼지가 될지언정 왜국의 신하는 되지 않겠다. 그리고 계백전은 한 쪽이 채 되지 않는다. 오천 결사대와 황산벌, 처자를 먼저 베고 나선 출정 — 그 거대한 이야기가 몇 줄로 끝나는 것은 김부식이 백제를 홀대해서라기보다, 백제의 기록 자체가 그만큼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짧음 그 자체가 멸망의 증거다.

마지막 권은 반역 열전이다 — 궁예와 견훤이 거기 있다. 나라를 위해 죽은 이들로 시작해 나라를 무너뜨린 이들로 끝나는 이 배치는, 열전 전체가 하나의 문장임을 보여준다. 충(忠)으로 시작해 반(叛)으로 끝나는 문장. 다음 편에서는 이 책의 가장 뜻밖의 보물창고 — 잡지(雜志)로 들어간다. 가야금 열두 곡과 사라진 땅이름들이 거기 잠들어 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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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삼국사기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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