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1년 겨울, 동성왕이 사비 벌판으로 사냥을 나갔다가 큰 눈에 갇혔다. 그 틈에 위사좌평 백가가 보낸 자객이 왕을 찔렀다. 백가는 가림성 성주로 내려가는 것을 원망하던 사람이었다. 왕이 죽자 마흔 살의 사마가 왕위에 올랐다.
무령왕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백가를 치는 것이었다. 이듬해 정월 백가가 가림성에서 반란을 일으키자 왕이 직접 군사를 이끌고 가 성을 에워쌌고, 항복해 나온 백가의 목을 베어 백강에 던졌다. 왕 셋이 신하 손에 죽은 나라에서, 왕을 죽인 자를 왕이 직접 처단한 것이다. 이 한 장면으로 웅진 스물여섯 해의 혼란이 끝난다.
그가 마흔에 즉위했다는 사실도 그냥 넘길 것이 아니다. 어린 왕이 실권자에게 휘둘리다 죽는 일이 반복됐던 자리에, 왜와 백제를 오가며 산전수전을 겪은 마흔 살이 앉았다. 재위 스물세 해 동안 그는 신하에게 죽지 않은 첫 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