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을 통째로 삼키거나 통째로 뱉는 것은 쉽다. 어려운 것은 항목별로 저울질하는 일이다. 이 편에서는 앞의 두 편에서 쌓은 논거들을 신뢰도의 층위로 다시 분류한다. 판단의 재료를 정돈해 건네는 것 — 그것이 이 편의 전부이고, 결론은 각자의 몫이다. 【층위 1 — 환단고기 바깥에서 확인되는 사실들】 다음은 이 책의 진위와 무관하게, 독립된 사료·연구로 성립하는 사실이다. ① 세조실록 등에 「삼성기」를 포함한 서책 수거령이 실려 있다. ② 사기 봉선서·고조본기에 유방이 치우에게 제사한 기록이 있다. ③ 광개토대왕릉비에 "시조 추모왕은 북부여에서 나셨다"는 구절이 있다. ④ 신당서에 발해의 독자 연호가 기록돼 있다. ⑤ 박창범·라대일의 1993년 검증 논문이 학술지에 실재하며, 기원전 1734년 7월의 오성결집을 계산해냈다. ⑥ 이암·이맥은 실존 인물이다. ⑦ 세종실록 정인지 서문에 "자방고전" 구절이 있다. — 이것들은 팩트다. 다만 주의할 점: 이 팩트들이 곧 환단고기의 진서 증명은 아니다. 예컨대 ①의 「삼성기」가 현전 삼성기와 같은 책이라는 보장은 없고, ③은 북부여의 실재를 말할 뿐 북부여기 내용의 진실성을 보증하지 않는다. 팩트와 그 팩트의 '해석' 사이의 간격 — 논쟁의 대부분은 이 간격에서 벌어진다. 【층위 2 — 검증이 시도됐고 해석이 갈리는 것】 오성취루가 대표다. 계산상의 오성결집은 사실이나, 기록 연대와의 1년 차이, 별자리 방위의 부합 여부, 후대 역산 가능성, 그리고 "한 조각의 적중이 전체를 보증하는가"라는 방법론 문제에서 해석이 갈린다. 현재로선 "위작자가 우연히 지어낸 것으로 보기 어려운 흥미로운 부합"과 "결정적 증거로는 부족" 사이 어딘가에 있다. 【층위 3 — 학계 다수가 반박하며, 재야의 방어가 상대적으로 약한 것】 가림토의 자형 문제(훈민정음 제자 원리 기록과의 충돌), 근대 어휘·후대 지명의 존재, 기원전 72세기 국가라는 설정과 고고학 일반론의 충돌이 여기 속한다. 재야의 반론(윤색론, 상징적 독법)이 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으나, 입증 부담을 상대에게 넘기는 방어의 성격이 짙다. 【층위 4 — 현재로선 검증 자체가 불가능한 것】 환국·배달국의 실재, 47대 단군의 계보, 1911년 초간본의 존재, 그리고 각 저자 귀속(이암이 정말 단군세기를 썼는가). 믿음도 불신도 물증 위에 서 있지 않은 영역이다. 이렇게 펼쳐놓고 보면 이 논쟁의 실제 모습이 드러난다. "전부 진실"도 "전부 날조"도 층위들을 뭉개야만 성립하는 결론이다. 텍스트는 확실한 외부 팩트의 못 몇 개(층위 1)에 걸려 있고, 그 못들 사이를 검증 불가능한 거대한 천(층위 4)이 잇고 있으며, 군데군데 학계의 반박이 뚫어놓은 구멍(층위 3)과 아직 결론 안 난 실밥(층위 2)이 있다. 독자가 던져볼 질문은 이것이다 — 못 몇 개가 박혀 있으면 천 전체를 믿을 것인가, 구멍이 몇 개 있으면 천 전체를 버릴 것인가, 아니면 못과 구멍의 지도를 손에 쥔 채 천을 계속 살펴볼 것인가. 이 시리즈가 권하는 것은 세 번째 태도다. 그리고 이제, 진위의 저울에서 내려와 전혀 다른 종류의 확실성으로 간다 — 이 책이, 진위와 무관하게, 실제 역사 속에서 무엇을 했는가.
위서 논쟁 (3) — 검증대: 항목별로 따져보는 근거의 강도
출처
- [기록보존소] 본 시리즈 hd_12·hd_13 각 출처 종합
이 글은 환단고기, 무엇을 말하는가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