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고, 다시 서고, 또 무너지고

-330 · 이란 페르세폴리스

기원전 330년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가 220년 된 왕조를 무너뜨렸다. 마지막 왕은 도망치던 중 자기 부하에게 살해되었다. 제국의 끝은 전투가 아니라 배신이었다.

그런데 정복자는 곧 페르시아의 방식으로 다스리기 시작했다. 행정 조직을 그대로 두었고 페르시아 귀족을 총독으로 앉혔으며 스스로 페르시아식 예법을 받아들였다가 마케도니아 부하들의 반발을 샀다. 정복자가 피정복자의 통치 방식에 흡수되는 일은 역사에서 드물지 않다.

기원전 3세기 중반, 동북쪽 초원에서 온 집단이 그리스계 왕조를 밀어내고 파르티아를 세웠다. 이들은 스스로를 아케메네스의 계승자로 내세웠다. 활을 쏘며 물러나는 기마 전법으로 로마 군단을 여러 차례 꺾었고, 비단길 한가운데를 쥐고 동서 교역을 중개했다. 로마의 비단과 한의 유리가 이 땅을 거쳐 오갔지만 두 제국은 끝내 서로를 직접 만나지 못했다.

224년에는 사산조가 파르티아를 무너뜨리고 세 번째 페르시아를 세웠다. 조로아스터교를 국교로 삼고 아케메네스의 진짜 후계자임을 내세웠다. 260년 사산조의 왕은 로마 황제를 사로잡는데, 로마 역사상 황제가 적국의 포로가 된 유일한 사건이었다.

세 왕조는 혈통도 출신도 달랐다. 그럼에도 같은 이름으로 묶이는 것은, 이들이 모두 앞선 제국의 계승자임을 자처했고 실제로 그 제도와 언어와 종교를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왕조가 바뀌어도 이어지는 것이 있다면, 제국을 이루는 것은 왕가일까 제도일까 사람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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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페르시아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