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기 초 사산조와 동로마는 26년에 걸친 전쟁을 벌였다. 사산조가 예루살렘과 이집트까지 밀고 들어갔다가 반격에 밀려 모두 토해냈고, 이긴 쪽도 남은 힘이 없었다. 두 제국이 서로를 소모시킨 그 빈자리에서 아라비아의 세력이 일어섰다.
정복은 빨랐다. 20년도 되지 않아 사산조는 사라졌다. 마지막 왕은 동쪽으로 도망치며 당에 원병을 청했으나 얻지 못했고, 그 아들은 장안으로 망명해 당의 관직을 받았다. 페르시아 왕가의 마지막 후예가 중국에서 생을 마쳤다.
그러나 개종은 느렸다. 이란 사람들이 다수 무슬림이 되기까지는 두세 세기가 더 걸렸고, 그 과정에서 페르시아의 언어와 관료제와 문학이 이슬람 세계 안으로 녹아들어 갔다. 아랍이 이 땅을 차지했지만 통치는 페르시아식으로 이루어졌다.
페르시아어는 되살아나 이슬람 세계의 문학어가 되었다. 중앙아시아부터 인도 북부까지 행정과 시의 언어로 쓰였고, 무굴 제국의 공식 문서도 페르시아어로 작성되었다. 정복당한 쪽의 언어가 정복한 쪽의 궁정어가 되는 일은 흔치 않다.
개종을 거부한 조로아스터교도 일부는 배를 타고 인도 서해안으로 옮겨 갔다. 파르시라 불리며 오늘날까지 신앙과 의례를 이어 오고 있다.
이 시리즈가 시대순으로 이어지는 동안 페르시아라는 이름은 계속 다시 나온다. 이슬람 칼리파국 편에서, 몽골 편에서, 무굴 편에서. 제국은 651년에 끝났지만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제국이 끝났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왕조가 사라지는 것과 문명이 사라지는 것은 같은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