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3년에 일어난 두 가지 일

1453 · 튀르키예 이스탄불

1453년 5월, 53일의 포위 끝에 콘스탄티노플의 성벽이 열렸다. 로마라는 이름으로 이어져 온 국가가 이 해에 끝난다. 유럽의 역사책은 오랫동안 이 해를 중세의 끝으로 적어 왔다.

성벽을 연 것은 거대한 청동 대포였다. 그 대포를 만든 기술자는 헝가리 출신으로, 먼저 비잔티움 쪽에 제안했다가 값을 치를 돈이 없어 거절당한 뒤 오스만에게 갔다고 전한다. 천 년을 버틴 성벽이 화약 앞에서 무너진 사건이며, 이후 유럽의 축성술이 통째로 바뀌는 계기가 된다.

주목할 것은 그다음이다. 술탄은 도시를 파괴하지 않고 수도로 삼았다. 각지에서 사람을 옮겨 와 비어 버린 도시를 다시 채웠고, 그리스 정교회 총대주교를 다시 세워 정교회 공동체의 대표로 인정했다. 그리고 자신의 칭호에 「로마의 카이사르」를 넣었다. 무너뜨린 쪽이 무너진 쪽의 이름을 이어받은 것이다.

같은 해, 한반도에서는 계유정난이 일어났다. 수양대군이 김종서와 황보인을 죽이고 권력을 잡았고, 4년 뒤 조카를 몰아내고 왕위에 오른다.

두 사건 사이에 인과는 없다. 그러나 나란히 놓으면 물음이 하나 생긴다. 우리가 배우는 「세계사의 분기점」은 누구의 기준으로 정해진 것일까. 1453년이 중세의 끝이라는 서술은 유럽의 시간표이고, 같은 해 조선에서 벌어진 일은 그 시간표에 들어가지 않는다. 반대로 한국사의 시대 구분에 콘스탄티노플은 등장하지 않는다.

두 개의 시간표를 함께 놓고 보는 것이 이 시리즈가 하려는 일이다. 한쪽을 기준으로 다른 쪽을 재는 대신, 같은 해에 서로 모르는 채 벌어진 일들을 나란히 두는 것이다.

한 시대가 끝났다고 말할 때, 그것은 누구에게 끝난 것일까?

관련 콘텐츠

이 글은 오스만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