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돈을 들여 남의 책을 번역하다

830 · 이라크 바그다드

9세기 바그다드는 당대 세계 최대의 도시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국가가 조직적으로 남의 나라 책을 번역했다.

그리스의 철학과 의학, 인도의 수학과 천문학, 페르시아의 문학이 아랍어로 옮겨졌다. 학자들이 동로마에 파견되어 필사본을 구해 왔고, 번역자에게는 높은 보수가 지급되었다. 번역은 취미가 아니라 국가 사업이었다.

주목할 점은 대상을 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교도의 책이든 적국의 책이든 유용하면 옮겼다. 동로마와 국경에서는 싸우면서 필사본은 주고받았다 — 적대와 교류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은 이 시대에 드문 일이 아니었다.

그 결과 그리스 고전의 상당수가 아랍어 번역으로 살아남았다. 원본이 소실된 저작이 아랍어판으로만 전해지다가 수백 년 뒤 라틴어로 다시 옮겨져 유럽으로 돌아간 경우가 적지 않다.

번역만 한 것도 아니다. 이 시기 학자들은 인도에서 온 숫자 표기와 영(零)의 개념을 받아들여 계산법을 발전시켰고, 그 성과가 오늘날 우리가 쓰는 숫자와 대수학의 뿌리가 되었다. 받아들인 것과 만들어 낸 것이 여기서 겹친다.

다른 문명의 지식을 대규모로 번역해 들여오는 일은 자기 문화를 잃는 것일까, 키우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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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슬람 칼리파국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