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가 서쪽으로 간 해 — 탈라스

751 · 키르기스스탄 탈라스

751년 중앙아시아에서 칼리파국과 당의 군대가 부딪쳤다. 전투 자체는 큰 규모가 아니었지만 그 결과가 세계사를 바꿨다.

사로잡힌 당의 기술자들을 통해 종이 만드는 법이 서쪽으로 전해졌다. 사마르칸트에 제지소가 서고 곧 바그다드에 세워졌다. 그전까지 서아시아와 유럽은 파피루스나 양피지를 썼는데, 양피지는 책 한 권에 양 수십 마리가 필요할 만큼 비쌌다.

값싼 필기 재료가 생기자 책의 값이 떨어지고 수가 늘었다. 곧이어 시작되는 대규모 번역 운동과 학문의 폭발은 이 물질적 조건 위에서 가능했다. 기술 하나가 지식의 총량을 바꾼 것이다.

또 하나, 이 전투로 중앙아시아가 이슬람권으로 넘어갔다. 오늘날 이 지역이 무슬림 다수 지역인 것은 여기서 비롯된다. 한 번의 전투가 천 년의 문화 지도를 바꾼 드문 사례다.

같은 해 신라에서는 불국사가 창건된 것으로 전한다. 대륙 반대편에서 종이가 서쪽으로 건너가던 그해에, 이곳에서는 목판 인쇄와 석조 건축의 기술이 무르익고 있었다.

기술의 이동은 대개 전쟁이나 교역을 통해 일어났다. 그렇다면 충돌은 단절이기만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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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슬람 칼리파국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