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제국이 서로를 지치게 만든 자리

610 ·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610년의 아라비아는 어느 제국의 관심도 끌지 못한 변두리였다. 통일된 권력이 없는 부족 사회였고, 메카는 교역 중심이자 여러 신을 모신 순례지였다.

그 북쪽에서는 사산조 페르시아와 동로마가 26년에 걸친 마지막 대전쟁을 향해 가고 있었다. 사산조가 예루살렘과 이집트까지 밀고 들어갔다가 반격에 밀려 모두 토해냈고, 이긴 쪽도 남은 힘이 없었다. 오랜 전쟁으로 시리아와 이집트 주민들의 세금 부담은 극심했다.

20여 년 뒤 아라비아에서 나온 군대가 사산조를 통째로 무너뜨리고 동로마의 남쪽 절반을 가져간다. 이 속도는 흔히 종교적 열정으로 설명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두 제국이 서로를 소모시켜 방어선이 무너져 있었고, 새 지배자가 기존보다 세금을 적게 매긴 지역에서는 저항이 크지 않았다.

제국이 무너지는 자리에는 늘 다른 제국이 들어선다. 페르시아 편에서 사산조가 사라지는 장면을 보았다면, 이 편은 그 빈자리를 채운 쪽에서 같은 사건을 본다.

한 세력의 급격한 성장을 설명할 때, 우리는 그 세력의 힘과 상대의 약함 중 무엇을 먼저 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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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슬람 칼리파국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