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앞장에 회사가 있었다

1600 · 영국 런던

1600년 마지막 날, 런던의 상인들이 여왕에게서 특허장을 받았다. 아시아 무역의 독점권을 가진 회사였다.

이 시점의 잉글랜드는 유럽의 변두리 섬나라였다. 바다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곧이어 네덜란드가 쥐고 있었고, 세계의 부와 인구는 압도적으로 아시아에 있었다. 영국 상인들은 그 시장에 끼어들려고 애쓰는 쪽이었다.

주목할 것은 형태다. 이 제국은 국가가 앞장서 정복한 것이 아니라 회사가 먼저 나가고 국가가 뒤따라간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특허장은 무역 독점만이 아니라 요새를 쌓고 군대를 두고 조약을 맺을 권한까지 주었다. 회사에 주권의 일부를 떼어 준 것이다.

왜 그랬을까. 국가에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먼 바다의 사업은 위험이 컸고, 그 위험을 주주들이 나누어 지는 구조가 자본을 모을 수 있게 했다. 이익이 나면 배당하고 손실이 나면 나누어 지는 방식이 대양 항해라는 도박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결과는 무굴 편에서 본 대로다. 150년 뒤 이 회사는 벵골의 징세권을 쥐고 인구 수천만 지역의 통치자가 된다. 그리고 1857년의 항쟁 이후 국가가 회사를 밀어내고 직접 다스린다 — 회사가 벌인 일의 뒷수습을 국가가 떠맡은 형태다.

또 하나 적어 둘 것이 있다. 제국의 첫 실험장은 아시아가 아니라 바로 옆 섬이었다. 아일랜드에서 이 무렵 정복과 이주 정착이 본격화되는데, 거기서 쓰인 방식 — 토지 몰수, 이주민 정착, 현지 법질서의 대체 — 이 뒤에 다른 대륙에서 반복된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배운 방법이 가장 먼 곳에서 쓰였다.

국가가 자기 권한의 일부를 회사에 떼어 줄 때, 그 회사가 하는 일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그리고 그 물음은 오늘날 얼마나 낡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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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대영제국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