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을 긋지 않았습니다. 로마는 국경선보다 속주와 동맹과 영향권의 겹침으로 이루어진 제국이었기 때문입니다. 짙을수록 중심이고, 세력끼리 겹치는 것은 오류가 아니라 당대의 실상입니다. 250년 시점에서 로마의 농도가 옅어지는 것은 자료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중앙의 통제가 약해졌기 때문입니다.
이 지도는 476년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교과서는 그 해를 로마 멸망으로 적지만, 동쪽 절반은 그 뒤로도 977년을 더 이어갔고 스스로를 끝까지 로마인이라 불렀습니다. 마지막 시점은 1453년입니다.
좌표와 반경은 개형(槪形)입니다. 실측 국경이 아니라 “어디까지 미쳤나”를 농도로 읽는 용도이며, 특정 경계의 위치를 다투는 근거로 쓸 수 없습니다. 판도의 사실관계는 학계 통설을 따랐고, 해석이 갈리는 대목은 각 세력을 눌렀을 때 나오는 설명에 밝혔습니다.
로마가 사라진 뒤에도 유럽의 권력자들은 천 년 동안 그 이름을 빌렸습니다. 차르(Tsar)와 카이저(Kaiser)는 모두 카이사르에서 온 말이고,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한 오스만의 술탄조차 “로마의 카이사르”를 자처했습니다.
그렇다면 로마는 언제 끝난 것일까요? 476년일까요, 1453년일까요, 아니면 그 이름으로 정통성을 주장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된 때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