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을 긋지 않았습니다. 짙을수록 중심이고, 세력끼리 겹치는 것은 오류가 아니라 당대의 실상입니다. 945년 이후 칼리파의 농도가 옅어지는 것은 자료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종교적 권위는 남고 정치적 실권은 사라진 상태를 그대로 표시한 것입니다.
이 편은 종교사가 아니라 제국사입니다. 신앙의 내용이 아니라 하나의 정치체가 어떻게 서고 넓어지고 갈라졌는지를 다룹니다. 특히 정복과 개종을 구분합니다 — 정복은 20년 만에 이루어졌지만, 피정복지 주민 다수가 무슬림이 되기까지는 두세 세기가 걸렸습니다.
※ 칼리파국 자체는 1258년에 끝난다. 마지막 시점(1300년)은 그 뒤에 남은 그물을 본다.
좌표와 반경은 개형(槪形)입니다. 실측 국경이 아니라 “어디까지 미쳤나”를 농도로 읽는 용도이며, 특정 경계의 위치를 다투는 근거로 쓸 수 없습니다. 7~13세기의 제국을 현대의 정치 상황과 겹쳐 읽지 않도록 유의해 서술했습니다.
바그다드에서 아랍어로 옮겨진 그리스 철학과 의학은 수백 년 뒤 이베리아와 시칠리아의 번역소를 거쳐 라틴어가 되어 유럽으로 돌아갔습니다. 우리가 쓰는 숫자와 영(零)의 개념은 인도에서 나와 이 길을 거쳐 세계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그리스에서 아랍어로, 다시 라틴어로 — 여러 손을 거친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나의 지식이나 문명을 누구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물려받은 것과 만들어 낸 것의 경계는 어디일까요?